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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세월호 유가족의 잃어버린 10년…한국교회가 함께 위로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위로예배
진도항 곳곳엔 세월호 추모 흔적 가득해

입력 : 2024-04-15 20:59/수정 : 2024-04-15 21:26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남·광주 5개 노회가 15일 전남 진도항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예배’를 개최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진도항(팽목항)은 이른 아침부터 짙은 먹구름과 함께 세찬 비가 내렸다. 푸른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뿌연 안개만이 자욱했다. 땅은 빗물이 고여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진도항은 여전히 10년 전 그날을 기억하는 흔적들로 가득했다. 항구 여객터미널 임시주차장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노란 건물의 ‘세월호 팽목 기억관’이었다. 건물은 바닷바람을 맞아서인지 군데군데 녹슬어있었다.

세월호 팽목 기념관 외부 전경.

내부에 들어서자 그동안 이곳을 방문한 추모객이 남긴 편지와 그림, 현수막, 조형물, 노란 리본 등으로 가득했다. 벽 한 면은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304명의 사진이 가득 메웠다. 기억관 주변엔 ‘팽목 가족식당’ ‘팽목 성당’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교회는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이날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예배’를 드렸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남·광주 5개 노회와 전남·광주 NCC가 연합으로 개최했다. 특별히 이날은 유가족 3명이 참여해 어려운 시간을 함께 견뎌준 교회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세월호 팽목 기념관 내에 마련된 추모 공간.

예배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옷과 가방 등에 노란 리본을 단 참석자들은 유가족을 위로하는 기도를 드렸다. 이날 설교를 전한 김희용 목사(광주NCC인권위원장)는 “예수님도 약자에게 연민의 손길을 내밀었다”며 “우리도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며 안타까워하고 돌보고 보살피고 협력하며 고통의 근원을 제거해 가는 온전한 연민의 삶을 살아가자”고 권면했다.

김희용 목사가 설교를 전하고 있다.

고 한은지양의 아버지 한홍덕(56)씨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보여준 관심과 도움의 손길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원인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관심 가져달라”고 인사를 전했다.

한씨는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2학년 3반 반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사고 당시 전원 구조됐다는 뉴스를 보고 안심하며 은지양에게 입힐 따뜻한 옷가지를 가지고 진도항으로 향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가져간 옷을 딸에게 전해주지 못했다.

그는 “자식을 잃은 아픔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라며 “10년 전 아이 얼굴이 생생하다. 매주 월요일마다 딸이 잠들어있는 추모공원을 방문해 사진 속 아이 얼굴을 보는 것으로 일주일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고 고우재군이 속한 단원고 2학년 8반 단체사진.

또 다른 유가족 고영환(56)씨는 10년째 진도항을 지키고 있다. 그는 컨테이너 추모공간에서 돌아오지 않은 아들을 매일 기다린다. 고씨의 아들 고우재군이 속한 2학년 8반은 단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다.

이날 예배는 기념관에서 팽목항 등대까지 십자가 행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목회자를 선두로 예배 참석자 100여명은 ‘잊지않을게’를 합창하며 뒤를 이었다.

예배 후 참석자들이 팽목항 등대를 향해 십자가 행진을 하고 있다.

고씨는 “아들이 지금도 살아 돌아올 것만 같다”며 “아들이 왜 그렇게 하루아침에 떠나야 했는지 너무 화가 난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자신은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하루빨리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진도=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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