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국면, 은행 비금융 사업 확장 ‘빨간불’?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혁신 추진현황을 공유하고, 최근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은행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금융위 제공

금융 당국이 은행의 부수·겸영 제도 개선을 공식화한 가운데, ‘여소야대’ 국면에서 규제 완화가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금융 사업 확장 관련 기대감을 키우던 시중은행도 우려하고 있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이동통신서비스(알뜰폰) ‘KB리브모바일’이 지난 12일 은행의 정식 부수 업무로 인정받았다. KB리브모바일은 2019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 제1호로 지정돼 운영돼 왔는데, 이번에 금융권에서 비금융사업을 부수 업무로 인정받은 첫 사례가 됐다.

업계는 향후 은행이 금융 이외의 분야로 진출하는 시도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다른 시중은행도 알뜰폰 사업 진출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연말부터 알뜰폰 사업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농협은행·신한은행도 적정성 검토에 나섰다.

금융 당국도 최근 관련 규제 개선을 공식화하며 힘을 보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주요 시중 은행장과 만나 “금융권의 변화와 혁신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부수·겸영 업무(예·적금이나 대출, 외국환 등 은행 고유 업무를 제외한 업무) 규제 개선 등 금융 제도를 과감하게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 상황이 된 만큼 금융 당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규제 완화가 쉽지 않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 은행의 비금융 사업 확장을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민주당은 과거부터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당 강령에 “금산분리 원칙을 견지해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고 경제적 피해는 억제시킨다”고 명시하고 있을 정도다.

일부 당선인은 벌써부터 정부의 과도한 규제 완화 조치는 견제하겠다고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조위원장 출신인 박홍배 당선인(더불어민주연합)도 “지금 정부가 금산분리 완화를 계속 얘기했는데, 이런 문제들을 견제하고 방지할 수 있는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금산분리’라는 프레임에 발목 잡혀 규제 완화 길이 막힐지 우려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이자에만 쏠려있는 은행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면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며 “국내 금융지주도 해외처럼 IT와의 접목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일궈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해에도 금융지주와 은행의 비금융회사 출자 한도를 현행 각각 5%, 15%보다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은행권의 비금융 산업 진출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부처 간 조율 과정에서 골목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시중은행의 횡령 등 대형 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산분리’라는 거대 담론 문제로 보기보다는 실물 경제와 기업들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규제 완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