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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애플 갑질’ 방지법 만들고도 제재는 하세월

“해외 빅테크-국내 기업, 규제 역차별”
EU 등 비교해 솜방망이 과징금 지적도

서울 강남구 '애플스토어 강남'에서 한 외국인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애플이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철퇴를 맞고 있지만, 국내 제재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애플의 독점 행위 중 하나인 인앱결제 강제에 대한 과징금을 확정하지 못했다. 한국 정부가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제정한 것을 고려하면 규제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업계에선 “해외 빅테크와 국내 기업 간 규제 역차별”이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방통위는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에 대한 과징금 액수를 심의하기 위한 전체회의 일정을 아직 잡지 못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애플과 구글의 인앱결제에 대한 사실조사를 진행한 뒤 시정조치안을 통보하고 모두 68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 위원들에게 주요 쟁점은 보고된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 업계에선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현실이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한다. 일례로 방통위는 인앱결제 과징금 관련 사업자들의 요청에 따라 의견 제출 기한을 두 차례 연장했다. 당초 지난해 12월 초였던 의견 제출 기한은 연말까지 1개월가량 늘어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요청을 두 번이나 들어주는 건 통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조사가 예상보다 길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방통위는 2022년 8월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에 대한 사실조사에 들어갔다. 보통 사실조사는 3~6개월가량이면 끝나는데, 이번 사안은 1년2개월이나 걸렸다. 이 때문에 애플로부터 높은 결제 수수료율을 부과받는 등 국내 앱 개발사들의 피해는 지속됐다. 국내 업계에선 “방통위가 가계통신비 인하 등 국내 기업 규제 현안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불만까지 나온다.

EU와 미국, 일본에서는 애플을 겨냥한 규제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앱 스토어 인앱결제 강제로 애플 뮤직과 스포티파이와의 경쟁이 제한됐다며 애플에 18억4000만 유로(약 2조65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같은 달 미국 법무부는 애플의 폐쇄적인 생태계 전반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법원에 제소했다.

일본 정부는 애플 등 거대 IT 기업의 독점 행위에 대해 일본 내 매출액의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는 ‘스마트폰 경쟁촉진법안’ 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과징금 비율은 기존 독점금지법(10%)보다 대폭 상향된다고 14일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한국에서 과징금이 확정되더라도, 그 액수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방통위가 애플에 부과하려는 과징금은 최대 205억원이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따르면 과징금은 국내 연 매출액의 2% 이하이기 때문이다. EU가 기업의 경쟁 침해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할 경우, 전 세계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데 비춰 소극적 제재라는 지적이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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