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향한 잇단 공격에도 “처벌 어려워”

입력 : 2024-04-14 17:10/수정 : 2024-04-14 17:21
2021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설치된 부산 평화의 소녀상이 최근 잇따른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갖가지 방식으로 모욕적인 행위에 노출되는 처지이지만,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처벌 근거가 없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14일 경찰,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5시30분쯤 한 30대 남성이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 징용 노동자상에 검정 비닐봉지를 씌었다. 동상의 상반신을 가릴 정도로 덮어진 봉지 위에는 “철거” 글씨가 빨갛게 쓰여 있었다.

평화의 소녀상은 정치적 목적을 띠고 벌어지는 ‘동상 공격’에 여러차례 노출됐다. 2020년에는 누군가 소녀상에 철근 자물쇠로 자전거를 묶어놨다. 그보다 앞서 ‘박정희’라고 적힌 노란색 천과 염주, 빨간 주머니가 걸린 나무막대기가 놓여진 적도 있었다.

2017년에는 소녀상 얼굴에 파란색 페인트를 칠한 자국이 발견됐고, 소녀상 인근에선 “언제까지 일본을 미워할 것인가” 등이 적힌 종이가 붙은 화분이 테이프로 고정된 채 놓여 있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극우 성향을 가진 이들이 소녀상을 모욕하거나 비하할 목적으로 이 같은 동상 공격 행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을 공격하는 행위가 잇달아 일어났지만 명확한 처벌 규정은 없다. 경찰은 소녀상에 검정 봉지를 씌운 사건에 대해 재물손괴, 모욕죄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혐의 적용까지는 쉽지 않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재물손괴는 소녀상의 효용을 해쳐야 하고, 모욕이나 명예훼손은 명예 감정을 지닌 사람을 상대로 저질러야 적용할 수 있는 범죄라 이를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관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도 동상을 훼손하는 이들에 대해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리는 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는 2021년 ‘평화의 소녀상 관리 계획’을 수립해 관리 주체를 정했지만,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소녀상은 시민단체에 소유권이 있다”며 “시 소유의 공공 조형물이 아니기 때문에 시에서 주도적으로 조형물을 훼손할 시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린다는 조항을 조례에 넣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 시민단체 ‘부산겨레하나’는 “최근 전국적으로 극우 단체에서 소녀상을 훼손하는 등 난동을 부리고 있다. 전국에서 공동으로 (이와 같은) 사례를 수집해나가고 있다”며 “접근금지 등 어떻게 하면 이들의 행동을 저지할 수 있을지 대응책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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