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egg), 생명력과 영원성을 품다···작가 안기순이 전하는 소명은?

작품 ‘알’ 통해 창조주의 생명력, 영원성 표현
오는 30일까지 ‘갤러리1’서 개인전

안기순 작가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1’에서 진행 중인 개인전의 대표작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의 은혜라.’ 익히 잘 알려진 찬양 속 가사 한 문장을 소명의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작가가 있다. 경계를 넘어 창조주의 생명력과 우주 공간의 영원성을 작품에 녹여내는 안기순 작가다.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종로구 ‘갤러리1’에서 열리고 있는 안 작가의 개인전에는 알(egg), 소나무, 포도가 가득하다. 일상의 시선에서 어느 하나로 연결될 것 같지 않은 세 가지 오브제는 오묘하게 하나의 메시지를 관통한다. 바로 생명력과 영원성이다.

“알은 부화를 통해 생명체로, 그 생명체는 또 다시 새로운 생명을 위한 알로 이어집니다. 그 생명력을 영원한 공간인 우주에 담아 보고 싶었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속 소나무는 갈필로 소박하게, 사는 집마저 단출한 선비의 모습이 느껴지게 그려냈지요.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는 색감을 더해봤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 우주를 표현해 영원한 생명을 불어넣고자 했어요.”

알은 함축된 의미로서뿐 아니라 형태 자체로도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불안정한 사회에 온기로서의 안정을 주는 것, 때로는 침묵하며 기도하는 자로 살면서도 역동적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모습을 제시하려 행동하는 것이 크리스천으로서의 양면적인 삶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안 작가는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할 지, 아니면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이 있으시다 하고 기다리는 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일지 갈등하며 스스로 나약한 존재라는 자괴감이 들 때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주어진 소명을 최선을 다해 감당하고 혹 빛나지 않더라도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 크리스천의 자세”라며 “그런 크리스천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자연히 아름다워 질 것이고, 그것이 주님이 원하시는 우리들의 모습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십 수년째 ‘알’을 모티브로 작품을 대하게 된 출발점은 무엇이었을까.

“2009년, 한 신축 건물 로비에 작품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마침 계란 관련 회사였어요. 그때 알을 소재로 제안한 것이 채택되고 작품을 준비하면서 눈을 뜨게 됐습니다. 알의 생명력에 대한 발견이 ‘생명 또한 작은 우주다’라는 자각으로 연결됐죠.”

작가로서 그가 걸어온 길 또한 끊임없이 연결을 거듭하는 미적 생명력의 연속이었다. 그는 서울대 미대(회화과) 졸업 후 작품 활동 중 한 교수님의 추천으로 예화랑(現 갤러리 예)에서 큐레이터를 맡게 됐다. 큐레이터라는 단어조차 낯설던 시절이었다.

세계적인 조각가와 국내 정상급 대가들의 초대전 등 크고 작은 전시를 경험하며 작품에 대한 안목을 새롭게 정립한 그는 한 대형 제과기업의 회화 전공 디자이너 모집 공채에 지원해 광고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됐다. 디자이너로서 인정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디자인 전문회사를 창업하기 이르렀다.

작품에 대한 갈망을 놓지 않고 있던 그는 창업한 지 10년째 되던 해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복귀했다. 안 작가는 “지나온 삶의 궤적을 돌아볼 때마다 하나님께서 다양한 영역에서 미적 감각을 쌓아올리게 하신 이유를 깨닫게 된다”고 했다.

그가 쌓아 올린 감각들은 오롯이 작품에 담긴다. 24K 금으로 표현된 알과 소나무 사이에 쏟아지는 별처럼 묘사된 금박들은 강렬함을 넘어 빛이 주는 생동감을 더한다. 생기를 가득 품은 포도알들은 그 색감 자체로 푸릇한 희망을 가슴에 새기게 한다.

그의 이름 곁에 붙는 중요한 직함 중 하나는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아트디렉터다. 사랑의교회가 강남성전에서 서초동 현 위치로 이전하면서 마련된 사랑아트갤러리에서 전시 기획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가로 55미터에 이르는 김병종 화백의 ‘송화분분’,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상 1층에서 지하 5층까지 수직으로 세로 27미터를 관통하는 이이남 작가의 거대한 미디어(LED)아트 작품 ‘은혜의 폭포’ 등 교회를 찾는 이들에게 영적인 위로뿐 아니라 예술적인 감상거리를 제공한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새벽 하늘, 노을, 나무 등 자연을 바라보며 묵상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루틴이라는 안 작가는 그의 작품에 담긴 영원성처럼 끝이 없는 소명을 지향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저를 사용하시고자 하는 바를 순종하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소명자가 되기를 바라죠. 지금 이 순간에는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작가로서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어디에서든 작은 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안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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