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관심 없어요”… 길 잃은 2030 표심

총선 관심도 전 연령층서 가장 낮아
양극단의 정치·현실성 없는 공약 등이 2030 정치적 스트레스 유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목소리도

대학교 캠퍼스. 뉴시스

4·10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2030 유권자들의 표심은 여전히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방향을 정하겠다는 의지 역시 높지 않은 분위기다. ‘너 죽고 나 살자’ 식 양극단의 정치와 현실성 없는 공약 남발 등이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1차 유권자 의식 조사’ 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실시한 ‘제1차 유권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이번 22대 총선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18~29세는 56.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가장 높은 관심도를 나타낸 연령층은 60대로 91.7%가 이번 총선에 ‘관심있다’고 답했다. 70대 이상은 91.6%, 50대는 90.8%, 40대는 88.1%로 뒤를 이었는데, 이들 연령층은 모두 지난 총선 때보다 이번 총선에 더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반면 18~29세와 30대 연령층에서는 ‘관심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지난 총선 때보다 각각 7.5% 포인트, 5.4% 포인트 감소했다.

아직 어느 후보에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젊은 층도 많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여론조사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29세 40%, 30대 33%가 ‘투표할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2030 유권자들은 ‘정치 효능감 감소’가 투표 관심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정치 효능감이란 자신의 정치적 행동이 실제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정치 효능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투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고려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심장오(24)씨는 “선거가 내 삶에 변화를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투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2030세대를 제외하고 모든 세대는 정치적인 의사 형성과 연결되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경험했지만, 2030은 그런 경험이 크게 없어 투표에 참여하는 행위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당들이 남발하는 현실성 없는 공약들도 청년들의 정치 효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모(28)씨는 “선거 때가 되면 거대 양당이 각종 청년 공약을 내걸지만, 청년들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선심성 공약인 경우가 많다”며 “취업, 결혼 등을 준비하며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와닿지도 않는 말 놀음에 관심이 가겠나”라고 했다.


정당 간의 거친 네거티브 선거운동도 2030 세대에 정치적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한양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장은기(21)씨는 “지금의 정치는 나만 옳고, 상대는 옳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논쟁이 이뤄지는 것 같다”며 “다른 의견이 존중받지 못하는 배타적인 정치환경이 2030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직장인 김모(34)씨도 “치솟는 물가, 저출생 초고령화 등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연구를 하지 않고 허울뿐인 방안, 헐뜯기 바쁜 공약을 내세우기 때문에 정치권에 대해 기대치가 낮아진다”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껍데기뿐인 공약과 극단적 진영 갈등이 청년층의 정치 피로감을 높인다고 우려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우리 정치가 진영 대결로 극대화되고 있다 보니 청년들이 정치에서 손을 떼고 싶어 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진영 대결 속에 정책 중심 선거는 부재하고 청년을 위한 정책이 보이지 않으니 정치가 미래를 구해준다는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적극적인 투표권 행사와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청년들도 있다.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에 다니는 김태훈(22)씨는 “청년층은 앞으로의 사회를 이끌어나갈 주요 주체라 청년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청년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는데 선거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부 이소진(23)씨도 “투표에 참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설사 무효표를 행사하더라도 2030 청년들이 꼭 투표하러 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젊은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대안을 찾기 위해서라도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정치권의 싸움이 계속되고 국민들은 수동적인 형태로 그들의 싸움에 동원되는 존재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며 2030의 정치 참여를 강조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제1차 유권자 의식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8~19일 전화면접(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프레임은 무선전화 가상번호(89.3%) 및 유선전화 RDD(10.7%)를 활용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 포인트고, 응답률은 16.7%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가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실시한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100%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고, 응답률은 12.4%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황민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