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바둑보며 줄담배”… ‘성탄절 도봉구 화재’ 70대 재판행

검찰, 중실화 등 혐의 구속기소

지난해 성탄절 서울 도붕구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윤웅 기자

지난해 성탄절 새벽 3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피의자가 사건 당일 7시간 동안 방안에 머물며 줄담배를 피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김재혁)는 화재가 최초 발생한 아파트 301호 거주자 김모(78)씨를 중실화·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3일 밝혔다.

화재 당일 김씨는 ‘컴퓨터방’으로 부르는 작은방에서 7시간 동안 바둑 영상을 보며 계속해서 담배를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오전 4시59분 담배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은 채 방에서 나갔고, 꽁초에 남아 있던 불씨가 방에 있는 신문지 및 쓰레기봉투 등 주변 물건에 옮겨붙으면서 화재로 번졌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김씨 집에는 신문지·플라스틱 용기 등 각종 생활 폐기물과 쓰레기가 곳곳에 방치돼 있어 작은 불씨만으로도 큰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검찰은 아파트 방화문이 상시 개방돼 있었던 데다 불이 났을 때 김씨가 현관문과 방문을 열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봤다.

검찰 관계자는 “거실에 연기가 차기 시작하자 (김씨가) 현관문과 방문을 활짝 열어 다량의 공기가 유입돼 화재가 커졌다”며 “그런데도 화재가 동 전체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거실 창문을 통해 탈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평소 아파트 관리소에서 실내 흡연 금지 안내방송을 해왔음에도 수시로 방에서 담배를 피우며 안전불감증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5일 새벽에 발생한 이 화재로 2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재 발생지점 바로 위층에 살던 박모(33)씨는 7개월 된 딸을 안고 뛰어내리다 머리를 크게 다쳐 사망했다. 10층 거주자였던 임모(38)씨는 화재 최초 신고자로, 가족을 먼저 대피시킨 뒤 불을 피하려다 아파트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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