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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 죽음이 아닌 삶의 이야기

25~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김종덕 예술감독 안무

입력 : 2024-04-04 05:30/수정 : 2024-04-04 11:11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의 리허설 장면. 이 작품은 김종덕 예술감독이 대만 현대미술 작가 차웨이 차이의 영상 ‘바르도’에서 영감을 받아 안무했다. 국립극장

한국에서 보편적 탈상(脫喪) 의례가 된 49재는 사람이 죽은 뒤 49일째에 명복을 빌며 좋은 곳에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의식이다. 원래 망자(亡者)가 새로운 삶을 받기 이전 단계에 49일간 머문다고 믿은 인도 고대 사상에 뿌리를 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불교, 유교, 무속 등이 더해져 다양하게 전승됐다.

오는 25~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무용단의 신작 ‘사자의 서’는 김종덕 예술감독이 대만 현대미술 작가 차웨이 차이의 영상 ‘바르도’에서 영감을 받아 안무한 작품이다. ‘바르도’는 인간이 죽은 뒤 사후세계에서 헤매지 않고 좋은 길로 갈 수 있게 이끌어주는 지침서인 ‘티베트 사자의 서’(원제 바르도 퇴돌)를 소재로 했다.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국립극장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국립무용단에서 처음 안무작을 선보이는 김 감독은 3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성찰할 수 있는 작품이다. 죽음을 삶의 끝이 아니라 일상의 중첩된 결과물로 바라봤다”면서 “작품을 통해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삶의 원동력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립무용단의 ‘사자의 서’는 총 3장으로 구성됐다. 1장 ‘의식의 바다’에서는 죽음의 강을 건너며 춤추는 망자의 독무와 살아있는 자들의 통곡이 몸짓과 소리로 표현된다. 2장 ‘상념의 바다’는 망자의 회상이 주를 이룬다. 소년기의 천진난만한 장면, 청년기의 사랑과 이별, 장년기의 결혼 등이 파노라마처럼 무대에서 펼쳐진다. 3장 ‘고요의 바다’에서는 삶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내려놓은 망자의 마지막 모습이 그려진다.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의 리허설 장면. 이 작품은 김종덕 예술감독이 대만 현대미술 작가 차웨이 차이의 영상 ‘바르도’에서 영감을 받아 안무했다. 국립극장

‘사자의 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죽음을 소재로 한 만큼 무대에서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이 만든 무대는 바닥부터 양쪽 벽까지 약 20m에 이르는 삼면이 백색으로 채워지고, 장면에 따라 벽이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회전한다. 현대무용 안무가이자 무용음악 작곡가로 활동하는 김재덕이 1·2장, 거문고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황진아가 3장의 음악을 맡아 망자의 애절함과 사후세계의 신비로움을 극대화한다.

김 감독은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죽음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죽음은 수직적인 개념으로, 삶은 수평적인 개념으로 재구성해 관객들이 주제를 명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도 “다만 다채로운 미장센에 의존하기보다는 움직임의 질감으로 작품을 끌고 나가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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