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아일리시 “같은 앨범 여러 버전 발매, 지나친 낭비”

‘지속 가능성’ 강조해 온 아일리시
“음원 성적과 돈에만 신경 써”
43개 버전 낸 롤링 스톤스 겨냥 분석도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빌리 아일리시.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그래미상 수상 가수인 빌리 아일리시가 앨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같은 앨범을 여러 버전으로 발매하는 음악계의 관행을 두고 “지나친 낭비”라고 비판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빌보드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그는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40가지 버전의 바이닐(LP앨범)을 만드는 건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음원 성적과 돈에만 신경을 쏟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짜증 난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롤링 스톤스는 지난해 발표한 앨범 ‘해크니 다이아몬즈(Hackney Diamonds)’를 LP 색상과 앨범 표지가 다른 43개 이상의 버전으로 발매했다“며 빌리 아일리시가 이들을 겨냥해 발언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미국 뮤지션들은 동일한 곡을 수록한 앨범을 다양한 버전의 바이닐로 발매하고 있다. 각종 음원 차트 성적에 중요하게 반영되는 앨범 판매량을 늘리고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다. 테일러 스위프트, 비욘세, 아리아나 그란데, 해리 스타일스, 에드 시런 등 수많은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같은 앨범을 디자인만 다른 여러 버전으로 출시하고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관행 대열에 동참하는 양상이다.

이를 음악계 전반에 걸친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아일리시는 “마치 영화 ‘헝거 게임을 보는 기분”이라고 답했다. 참가자들을 강제로 경기장에 밀어넣어 서로 죽고 죽이게 만드는 영화 줄거리처럼, 음악 업계가 아티스트들에게 지나친 낭비와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는 얘기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오스카 시상식에서 공연하는 빌리 아일리시. 로이터연합뉴스

빌리 아일리시는 ‘지속 가능한 음악 산업’을 강조하고 실천해 온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이날 빌보드와의 인터뷰 역시 아일리시가 그간 환경 보호를 위한 음악 업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되짚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의 두 번째 정규 앨범 ‘해피어 댄 에버(Happier Than Ever)’는 총 8개 버전의 바이닐로 출시되었지만, 100% 재활용 음판과 사탕수수로 만든 포장재를 사용해 앨범을 제작했다.

지난해에는 음악 산업의 탄소 중립 실현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환경단체 리버브(REVERB)와 파트너십을 맺고 페스티벌 공연에서 사용하는 무대 장치를 태양광 에너지로 운용했다.

패션계에서도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는 아일리시는 명품 브랜드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모피 사용 중단을 촉구하고, 나이키·구찌의 대표 상품을 비건 버전으로 제작하는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아일리시는 환경 보호를 위한 자신의 노력이 “끝나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누군가는 ‘어차피 다 죽을 건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나 역시 ‘어차피 다 죽을 거, 살아 있는 동안은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하겠다’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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