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했던 게임사 주주총회… 어떤 이야기 오갔나

키워드는 ‘경영 효율화’ ‘신작 준비 노력’… 경제 침체기 위기 돌파에 방점
각 게임사 CEO “실적 개선할 것” 한 목소리

박병무 엔씨소프트 신임 공동대표가 28일 경기 성남시 엔씨소프트 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가 끝나고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연합뉴스

게임사들이 잇따라 주주총회를 열고 예고한 리더십 교체를 단행했다. 새로 선임된 경영진은 주주들 앞에서 본업인 게임 개발 경쟁력을 강화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언급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마지막 주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를 앞세운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처음 주주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새 리더들은 악화한 실적 상황에서 전화위복을 약속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9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김택진 대표, 박병무 대표를 선임했다. 앞서 공식화한 공동대표 체제를 공식 출범한 것이다. 박 대표는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엔씨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 개발한 다수의 흥행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고 우수한 인재와 자산, 성공과 실패의 노하우가 존재한다”며 “엔씨는 변화와 혁신을 이미 시작했고 올해는 엔씨소프트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게임 경쟁력 및 글로벌 포트폴리오 강화,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을 함께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박 대표는 “모든 임직원이 상호 보완하는 ‘원팀’ 구조로 공통된 목표 아래 결집하여 고객에게 새로운 만족을 주는 전략과 전술을 새로 마련하고 세계적 기업들과의 사업협력 관계도 더욱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엔씨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 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 당기순이익 2139억원 등 경영 실적을 보고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2022년 대비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며 “글로벌 게임 시장 전반이 굉장히 불안하고 엔씨도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가도 많이 하락해 주주분들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대표를 비롯해 임원들의 보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대표는 지난해 급여 25억5900만원, 상여 46억6500만원, 기타 근로소득 2200만원 등 72억46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구현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김택진 대표 보수가 과도하다는 지적 있다는 거 알고 있지만 엔씨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철학을 지속해온 몇 안 되는 회사”라면서 “올해 3월에 책정된 최고경영자에 대한 2023년 성과 보수는 내부 로직에 따라 0%로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김택진 대표, 박병무 대표(왼쪽부터). 엔씨 제공

박 대표는 “김 대표는 CEO 역할 뿐만 아니라 개발총괄책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2021년 ‘리니지W’ 성과에 따라 산정된 금액을 장기 인센티브로 몇 년에 걸쳐서 연납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금액이 과도하다는 지적은 겸허히 듣겠다”고 첨언했다.

브랜드 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 아니냐는 주주의 우려도 나왔다. 박 대표는 “엔씨가 현재 게임업계, 이용자, 스트리머 등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새로운 세대를 타깃으로 한 새로운 장르 게임을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을 발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 방안이라고 본다. 올해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게임과 다른 게임이 나올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 외에도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 선임의 건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총 7개 의안이 모두 원안 가결됐다.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은 넥슨은 14년 만에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넥슨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강대현·김정욱 신임 공동 대표이사를 공식 선임했다고 밝혔다. 기존 이정헌 대표는 그간의 성과가 인정돼 넥슨 일본법인 신임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강 공동대표는 “지난 30년간 수많은 사용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며 성장해온 넥슨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게 되어 매우 영광”이라면서 “넥슨의 차별화된 강점들을 극대화하면서 ‘넥슨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해 나갈 계획”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 공동 대표는 “올해는 넥슨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넥슨이 대내외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구성원 및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넥슨만의 문화를 잘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넷마블 제공

넷마블 역시 권영식·도기욱 대표 체제에서 권영식·김병규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 흑자 궤도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권 대표는 28일 제13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기대작들의 출시 지연 등 부진한 실적으로 주주 여러분들에게 실망과 우려를 끼쳐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지난해 비용 효율화와 경영 내실화를 통해 여덟 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레이븐2’ 등 주요 기대작들을 속도감 있게 선보이며 신작 흥행과 외형 성장 달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틀그라운드’ IP를 중심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26일 주주총회에서 “다크앤다커 모바일, 인조이 등 신작 라인업을 통해 새 활력을 불어넣겠다”면서 올해 ‘계단식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작은 회사부터 큰 회사까지 인수합병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관호 대표이사. 위메이드 제공

중견 게임사도 주주총회를 거쳐 새로운 CEO를 맞았다. 위메이드는 10여 년간 블록체인 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장현국 대표가 지휘봉을 내려놓고 그 대신 박관호 의장이 CEO 겸 이사회 의장으로 일한다. 장 전 대표는 부회장직으로 박 대표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갑작스러운 장 전 대표 사임 소식에 위믹스와 관련된 사법리스크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박 대표는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억측”이라면서 “장 대표 덕에 회사가 성장했지만 나와 생각이 항상 똑같지는 않았다. 적자 폭도 컸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장 대표의 건강상 이유도 있었다. 내가 직접 일을 챙기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 협의를 해서 대표로 복귀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7일 거래소 지닥(GDAC)이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지닥 온체인 데이터상에서 해킹을 당한 게 400만 개 남아있다”며 “지닥에서 복구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명확한 데이터를 확인하지 못했다. 우리가 잘못인 건지 지닥이 위믹스를 갖고 있지 않은 걸 감추기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펄어비스 제공

펄어비스 또한 같은 날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라이브 서비스를 한층 더 강화하는 가운데 차기 신작들의 성공적인 출시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며 “검은사막 중국 판호 발급이 기대되는 점, 붉은사막 유저 시연 등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카카오게임즈는 한상우 신임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라인게임즈는 넥슨 출신 조동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선임해 기존 박성민 대표와 양두체제를 구축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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