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소방관에 1천만원…동료 울린 ‘관종 언니’ [아살세]

입력 : 2024-03-27 23:18/수정 : 2024-03-28 03:20
이지혜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12월 1일, 서른을 한 달 앞둔 소방관이 화재를 진압하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이름은 임성철. 제주 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소속의 소방장이었죠. 불길에 휩싸인 감귤창고의 옆 주택, 그곳에 사는 노부부를 구한 뒤 다시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던 그는 콘크리트 처마가 무너지며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의 죽음에 절친했던 동료들은 절망했던 모양입니다. 소방관 A씨가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보면 말입니다. 그는 임성철 소방장이 떠난 뒤 자신의 직업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그런 A씨에게 다시 한번 용기를 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는 “제가 받은 용기가 다른 분들에게는 일상의 작은 감동이 되었으면 한다”며 임 소방장의 유족에게 기부금을 낸 기부자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명단에는 수많은 단체와 개인, 기업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중 한 이름이 눈길을 사로잡았죠. ‘밉지않은 관종언니’. 가수 이지혜씨의 유튜브 채널명이었습니다. 기부 금액은 1000만원이었죠.

A씨는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장면으로만 봐서 친근한 분이었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며 “그 밖에 기부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지혜씨의 선행은 유족에게만 위로가 된 게 아니었습니다. A씨 역시 소방관으로서 책무를 다할 동력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는 “가까운 동료가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를 겪고나서 앞으로 현장 활동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런 선행으로 고민이 사라졌다”며 “할 일을 해야겠다는 명확한 신념이 생겼다”고 했죠.

또 “위로에 동참해주신 분들 덕분에 죽음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예상되더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글을 마무리하며 “고맙습니다. 이지혜님, 평생 팬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이지혜씨의 선행이 감사의 인사를 받은 만큼, A씨와 임 소방장의 노고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기억돼야 하겠지요. 특별한 보상이 아닌, 누군가의 선함에 다시 한번 목숨을 걸고 시민들을 지켜보겠다는 A씨. 그 숭고한 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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