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반세기 동안 110개국 누빈 영국 선교사가 한국에 건넨 경고

[글로벌 미션 EYE] 영국 예수전도단(YWAM UK) 창립자 린 그린 선교사 인터뷰

입력 : 2024-03-24 19:15/수정 : 2024-03-26 12:22
영국 예수전도단(YWAM) 창립자 린 그린 선교사. YWAM UK 제공

1960년 설립된 예수전도단(YWAM)은 세계 최대 규모의 개신교 선교단체다. 린 그린(76) 선교사는 YWAM의 창립자인 로렌 커닝햄(1935~2023) 목사와 함께 YWAM의 초창기 멤버이자 영국 YWAM의 창립자다. 2004년부터 YWAM 내 모든 직책이 없어지던 2011년까지 YWAM의 국제회장직을 역임했으며 현재도 글로벌 리더십 모임을 소집하는 등 YWAM의 핵심 지도자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10개국을 다니면서 반세기 넘게 복음 사역에 매진해온 그는 다양한 사회 속에서 터득한 특유의 글로벌 감각으로 복음을 전하고 지키는 선교사들의 본보기가 돼왔다. 그린 선교사를 지난 16일 줌(Zoom)으로 만났다.

그린 선교사는 최근 한국사회의 최대 현안인 저출산·낙태 문제와 관련, 이슈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물질주의 및 소비주의를 지적했다. 그는 또 차별금지법 제정 등 법·제도로 기독교 신앙의 가치가 훼손될 경우 신뢰를 잃어버린 영국교회처럼 ‘텅 빈’ 교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회 공동체를 향해서는 “교회 지도자들을 유명인사로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명 목회자의 실패는 반기독교 세력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린 그린 선교사와 진행한 줌(Zoom) 인터뷰 화면. ZOOM 캡처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영국 YWAM을 창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나는 1971년 영국 YWAM을 창립해 올해로 54년째 예수전도단과 함께 해오고 있다. 계기는 21세의 나이에 참여하게 된 예수전도단의 열방대학이었다. 열방대학에 다니며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닫고 내 삶을 예수님께 바치겠다고 마음먹었다. 물려받을 예정이었던 아버지의 사업도 포기한 채 선교사의 길을 택했다. 또 그 무렵 만나게 된 내 아내는 당시 로렌 커닝햄의 비서였다. 우리는 함께 영국에 자리를 잡아 영국 예수전도단을 설립했다.”

-1973년 YWAM 첫 한국 아웃리치의 멤버로 참여하셨다고 들었다. 당시 기억에 남는 점이 있는가.
“그렇다. YWAM의 첫 한국 아웃리치면서 내게 있어서도 첫 아시아대륙 아웃리치였다. 당시 기억 속의 서울을 현재의 서울과 비교해보면 전혀 다른 곳이다. 오늘날 한국은 선진국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는 나라지만 당시엔 빈곤과 같은 여러 아픔이 겪어 ‘선교지’로 여겨졌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한국의 사우나에 방문했던 경험이다. 사우나에서 두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는 한국 남성들이 나보다 훨씬 더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문화의 중요성이었다. 모든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가 있기에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문화에 동화될 때 사람들도 더욱 마음을 열더라.”

-한국 YWAM 사역은 주로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체적인 YWAM의 사역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영국 미국 등 지역의 YWAM은 여전히 서킷라이더운동(Circuit Rider)과 같이 캠퍼스 사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성경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YWAM은 복음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성경 번역 등 사역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성경 번역는 YWAM의 주요 사역 중 하나로 최근에는 나이지리아 북부, 몽골, 네팔, 인도 등지에서 173개 언어의 번역 작업에 착수했다.”

-성경 번역과 보급을 하며 맺은 결실도 있는지.
“물론 결실도 있다. 최근 자신의 언어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한 작은 부족의 지도자들이 현지 YWAM 선교사에게 협력해 성경 번역을 돕다가 주님을 영접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우리 선교사 팀은 우간다 북부 누바 산맥을 넘어 수단의 미전도종족에게 다가가고 있었는데 북수단 정부가 이들의 땅을 노려 30개 이상의 부족이 수단의 거대 난민수용소로 모이게 됐다. 이들 중 몇몇 부족의 지도자들은 자신의 언어를 차세대에 전수할 수단이 없어 언어를 잃게 될까 봐 두렵다며 성경 번역에 동참했다. 그전까지 예수님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이들은 성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따르기로 결심했다. 그만큼 많은 열매를 맺고 있는 의미 있는 사역이다.”

-로렌 커닝햄이 지난해 소천한 가운데 YWAM 앞으로의 비전이나 소망, 청사진을 공유해달라.
“성경 번역 및 보급은 작년 소천한 YWAM 창립자 로렌 커닝햄의 뜻이기도 해 당분간은 이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8000개의 언어가 있지만 모국어로 번역된 성경을 가진 이들은 이 중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로렌은 성경을 가지지 못한 90%의 사람에게 자기 언어로 된 성경을 보급해주고 싶어했다. 2년 전 10개 이하 언어를 작업하는 것으로 시작한 우리의 사역은 현재 173개 언어의 번역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의 모국어 성경 보급 사역은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다. 8000개의 언어로 된 성경이 모두 번역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 또 로렌의 뜻을 이어 YWAM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갈 예정이다.”

-많은 언론과 통계가 영국을 서구의 대표적인 기독교 쇠퇴국처럼 얘기한다. 영국의 기독교 분위기가 궁금하다.
“말마따나 많은 영국교회가 나이트클럽 영화관 모스크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성공회와 감리교, 침례교 같은 교단의 교인수 통계만 봐도 영국교회는 쇠퇴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기독교는 조금씩 성장하고 부흥하는 추세다. 최근 영국 YWAM 팀이 전국을 순회하며 목격한 바에 의하면 개별적인 모임을 꾸려 성경공부를 하는 젊은이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청년세대가 부흥하고 있다.”

린 그린 선교사가 리더십학교(LTS)를 지도하는 모습. YWAM UK 제공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일어난 배경이 궁금하다.
“정부 권력 구조의 일부인 영국 성공회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정부가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킨 후 영국 내 기독교 활동이 상당히 위축됐고 왜곡된 교회 모습에 실망한 이들이 하나둘 교회를 떠났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님을 떠난 것이 아니다. 건물만 남은 ‘텅 빈’ 교회에서 관계 중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성경공부 운동으로 옮겨가고 있다. 또 영국 기독교인은 성경을 중심으로 한 정기적인 소규모 성경 모임을 통해 서로 간의 교제는 물론, 하나님과 더욱 견고한 관계를 맺게 됐다. 이는 매우 빠르고 극적인 성장을 이룬 초대교회의 모습과 유사하다. 초대교회 역시 성도들의 집에 조용히 모여 매우 관계적으로 유지됐다. 나는 이런 현상을 두고 영국 기독교가 성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교회 역시 십여 년 전부터 차별금지법을 통과하려는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한국교회에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차별금지법 제정 등 법·제도로 기독교 신앙의 가치가 훼손될 경우 한국교회 역시 ‘텅 빈’ 교회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정부가 과도한 권력을 사용해 기독교 신앙을 ‘불법’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닥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교회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한국은 최근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캠퍼스 선교 역시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조언해달라.
“먼저 저출산의 이면에는 현대인이 물질주의와 소비주의라는 우상을 숭배하며 갖게 된 우울증과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점을 짚고 싶다. 극복 방안은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전도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자훈련에 힘쓰는 것이다. 제자훈련을 할 땐 하나님의 언약과 창조를 강조하면서 결혼의 중요성에 대해 꼭 가르쳐야 한다. 건강한 인간관계와 신앙관, 경건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양육하면 아이들도 훗날 건강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사람으로 자란다.”

-선교 전문가의 눈으로 본 한국교회는 어떠한가.
“개인적인 견해로 한국사회는 유독 피라미드형 사회계층구조의 극단에 가까운 것 같다. 한국교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 YWAM은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 서는 단체가 되기 위해 2011년 모든 직책을 없애는 등 여러 방면에서 힘쓰고 있다. 그렇기에 로렌 커닝햄 역시 YWAM의 창립자지만 대체로 그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유독 한국이나 미국에서만 유명하다.”

-한국교회의 발전 방향이나 나아갈 길을 제시해달라.
“목회자나 교역자 등 지도자들을 연예인처럼 바라보거나 유명인사로 만드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예수님께서 남기신 교회는 그런 피라미드형 계층구조의 교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목회자가 부유해지고 유명해지고 사람들이 목회자를 추어올리게 되면 목회자가 오만해지고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위험이 있다. 또 유명 목회자의 실패는 곧 기독교 신앙을 원치 않는 이들의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를 기억하며 계층구조의 교회에서 관계형 교회로 거듭나길 바란다.”

-구체적으로 목회자와 성도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해달라.
“목회자들은 진정한 하인이 돼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남들이 보기에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성도들 역시 목회자를 유명인사로 바라보는 문화를 없애기 위해 힘써야 한다. 끝으로 모든 한국 기독교인이 ‘철저하게 성경적인 예수님의 제자’가 되길 바란다. 이는 단순히 ‘교회에 다니는 사람’에서 그치는 기독교인이 아니라 정말로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헌신하는 크리스천이 되라는 이야기다.”

린 그린 선교사가 기획해서 홍콩에서 개최한 화해 원정대(Reconciliation Walk) 행사 현장. 홍콩에 모인 기독교인들은 이 행사에서 19세기 중반 아편 전쟁 당시 중국에 불공정한 조약을 부과한 8개국을 대표해 선조들의 탐욕과 폭력에 대해 사과했다. YWAM UK 제공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문서선교 후원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