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추진에 대해 ‘심각한 우려’ 입장을 담은 성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지지층인 노동계 반발에 따른 조치다. 대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4월 18일 방미 전 해당 거래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백악관 소속 변호사들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인수 제안을 검토하는 동안 이미 바이든 대통령의 우려 표명 성명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FT는 “(우려 표명은) 사실상 ‘인수 반대’로 해석될 것”이라며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일본을 화나게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 결정을 일본 정부에 비공개로 통보했다고 한다.
앞서 조강생산량 세계 4위 업체인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US스틸을 149억 달러(약 19조 6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US스틸은 미국 산업화의 상징적인 기업이어서 즉각 정치권과 노동계 반발에 부딪혔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바이든 대통령은 아무리 가까운 동맹국의 기업일지라도 상징적인 미국 기업을 외국 기업에 매각할 때 국가 안보와 공급망 신뢰도에 끼칠 잠재적인 영향을 고려해 철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의 이번 조치는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전미철강노조는 US스틸 측이 노조와 협의 없이 매각을 추진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며 백악관을 압박해 왔다.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는 대선 핵심 경합주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교통산업 노동자 단체인 팀스터스와의 면담 이후 “(지난 행정부 때) 나는 철강 산업을 살려냈는데, US스틸이 일본에 팔린다니 끔찍하다”며 “즉각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US스틸 주가는 이날 장중 15%까지 하락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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