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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 ‘공룡유통사’ 쿠팡, ESG는 요란한 빈수레


쿠팡이 지난해 매출 31조8000억원을 달성했다. 쿠팡은 온라인 유통 업체로서 기록적인 매출을 거두고 있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행동보다 말 꾸며내기에 급급해 보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짧은 시간 안에 성장한 탓이라고 변명하기엔 시간보다 의지의 문제에 가까워보인다. 법무 역량만큼은 단기간에 법률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며 폭발적으로 키운 쿠팡이다.

쿠팡은 올해 초 ‘임팩트 리포트’를 공개했다. 일종의 ESG 보고서격으로, 쿠팡이 지역사회와 직원의 발전과 만족에 기여한 성과를 소개하는 문서다. 얼핏 그럴 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단순 영리활동에 가까운 내용들이 사회공헌활동처럼 나열돼있다. ‘지역 동반성장을 위해 1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데, 뜯어보면 쿠팡 스스로의 사업에 필요한 물류센터를 짓는다는 식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이같은 홍보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유통업체들은 “사업을 위한 투자를 ESG로 홍보하기는 낯부끄럽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쿠팡이 영어로 발간한 정식 ESG 보고서도 형식에 비해 내용이 빈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례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 ‘ESG 하이라이트’ 항목에는 “쿠팡 판매자의 70% 이상이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이라는 대목이 담겨있다. 국내 기업의 95%는 영세 소상공인이다. 소규모 기업이 수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인데, 이를 상생의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무실 직원의 50%가 여성”이라는 점 역시 전면에 내세우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이마트·롯데쇼핑 ESG 보고서의 같은 항목엔 사회공헌 캠페인 성과, 인증 취득 등 ESG를 위한 적극적 의사결정의 결과가 자리잡고 있다.

평소에도 쿠팡은 보도자료를 통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그간의 이력에선 진정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지난해까지 쿠팡은 입점업체에 법적 상한선인 60일을 꽉 채워 결제대금을 정산했다. 다른 플랫폼들이 평균 10일 안에 대금정산을 마친 것과 대조적이다. 이 문제로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뒤에야 쿠팡은 정산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쿠팡의 낮은 납품가에 업체들이 시름하는 것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쿠팡은 지난 1월 자사의 오픈마켓 수수료율이 경쟁사에 비해 높다는 한 기사에 대해 반박문을 내고 “재벌유통사들”이 “기득권 카르텔과 거짓에 기반한 반칙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세계 G마켓·옥션, SK 11번가 등이 권력을 동원해 쿠팡에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적 보고서와 ESG 리포트가 말하는 것은 오히려 쿠팡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과 반칙적인 ESG 홍보다. 쿠팡을 둘러싸고 산적해있는 각종 소송들도 쿠팡의 이런 태도와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어떤 식으로건 쿠팡이 사회기여를 홍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은 거대 기업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책임을 스스로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일 테다. 그렇다면 그럴듯한 말 꾸미기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진짜’ ESG를 보여주는 게 맞다. “앞으로 다양한 기회를 통해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쿠팡의 말이 지켜지길 바란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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