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급하게 육아휴직”…늘봄학교 없는 서울 학부모들 ‘탄식’

입력 : 2024-03-04 17:54/수정 : 2024-03-05 09:54
울산 남구 개운초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4일 오후 늘봄학교 도담도담 프로그램에 참가중인 학생들이 전통놀이 수업을 하고 있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들은 이달 신학기부터 초등학생들에게 아침, 저녁으로 다양한 방과 후 수업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늘봄학교'를 전면 시행한다. 서울의 경우 시행률이 6%에 그쳐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뉴시스

신학기를 맞아 4일부터 맞벌이 부부를 위한 ‘늘봄학교’ 제도가 시작됐지만 서울의 대다수 학부모는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초등학교의 늘봄학교 시행률은 6%대에 그쳐 사실상 혜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A초등학교 입학식에서 만난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들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지역 학교부터 늘봄학교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늘봄학교는 희망하는 초등학생에 대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전국 2741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도입했지만 서울에서는 초등학교 606개 가운데 38개교(6.3%)만 늘봄학교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신입생이 153명인 이 학교도 늘봄학교를 도입하지 않아 맞벌이 부모들은 급하게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맞벌이 부부인 김보미(34)씨는 “아이가 입학하면서 결국 육아휴직을 낼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번 학기부터 늘봄학교가 시행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신 신입생 학부모들은 ‘방과후학교’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방과후학교는 1학년이 모두 참여 가능한 늘봄학교와 달리 입학생 일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워킹맘 안수현(38)씨는 “늘봄학교에 참여하지 않아 대신 방과후학교를 신청했는데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며 “늘봄학교를 하는 초등학교에 가려면 이사할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선택지”라고 했다.

맞벌이를 하는 김상희(40)씨도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어서 우리 부부는 퇴근 시간까지 방과후학교, 돌봄교육, 사교육 세 가지를 모두 이용해왔다”며 “둘째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육을 신청해뒀지만, 인원이 제한돼 있어 떨어질까 봐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방과후학교조차 포기하고 사교육을 선택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워킹대디 박영환(43)씨는 “방과후학교는 정해진 요일과 시간을 무조건 따라야 하고 며칠 이상 결석하면 참여가 어렵다고 해서 사교육에 맡기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맡기기에 아직 정책의 유연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38개인 늘봄학교 도입 학교를 1학기 중 150개교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일부 직장인 부부의 육아 고민도 다소 줄어들 수 있다.

반면 학교 현장에선 교원 업무 과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서울교사노조 정혜영 대변인은 “대규모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하려면 최소 5명의 강사 채용이 필요하다”며 “신규 채용이 어려워 기존 교사들이 늘봄학교 업무를 임시로 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간 부족을 해결하지 못한 학교가 늘봄학교까지 시행하면 교실 공간이 침해받고 결국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현 김재환 기자 fac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