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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난동 부려 놓고…한국 경찰관 조롱 촬영한 외국인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 A씨가 지난달 중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영상. A씨는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경찰관과 말다툼을 벌인 뒤 경찰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영상을 올렸다. A씨 SNS 계정 캡처

술에 취한 외국인이 최근 한국 경찰관을 촬영한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경찰 초상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경찰관 얼굴은 외국인이 남긴 비하 문구와 함께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공유됐다.

SNS가 발달하면서 일선 경찰은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사이버 폭력도 견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문가들은 현장 경찰관이 위축되지 않도록 무분별한 신상 공유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 A씨는 지난달 중순 자신의 SNS 계정에 서울 용산경찰서 관내 한 지구대에서 촬영한 영상을 올렸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술에 취해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렸다. 영상을 보면 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A씨에게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했다. 구급차도 불렀지만 119쪽에서 치료를 거부했다”며 “여기는 노숙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A씨는 “밖에 비가 오는데 어떻게 나가라는 거냐”고 항의했다.

경찰 안내에도 A씨는 경찰관을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계속 촬영을 했다. 특히 A씨는 경찰관의 외모를 비하하는 듯한 문구도 영상에 삽입했다. 해당 영상은 업로드 열흘 만에 18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A씨는 영상을 통해 자신이 경찰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술을 마신 사실 등 정확한 전후 사정을 생략했다. 약 2000명이 이 영상에 ‘좋아요’를 눌렀다.

경찰관의 얼굴을 찍은 사진과 영상은 최근 유행처럼 SNS에 널리 공유되고 있다. 대부분 정당한 업무 수행 중인 경찰을 맹목적으로 비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영상이다.

경찰관이 이에 대응할 방안은 거의 없다. 경찰은 직무 수행 중에 얼굴을 촬영 당해도 초상권 보호를 주장할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0년 공무 수행 중인 경찰관의 얼굴을 촬영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의 행위는 공권력의 행사이기에 감시의 대상이 되므로 초상권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촬영과 공유가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관을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동대에서 근무하는 5년차 직원은 “집회 현장에 나가면 극성 지지자들이 우리 얼굴을 찍어 유튜브에 박제하곤 한다”며 “걱정되지만 직접적인 피해가 있다고 주장하기 어려워 못 본 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예외적 상황에선 경찰관도 초상권을 주장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독일에선 공권력 행사가 아닌 서류 작성 등 단순 업무를 수행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경찰관의 초상권을 존중하도록 하고 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관 개인이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신상털기에 대응하긴 어렵다”며 “행정안전부나 경찰 지도부 차원에서 경찰관 신상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사진이나 영상 공유 제한 조치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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