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차량 개발·제조 역량 확보 실패 때문”

한화투자증권 산업분석 보고서

스페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행사장을 찾은 한 방문객이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써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프로젝트 ‘타이탄’ 중단 원인이 차량 개발·제조 역량 확보 실패라는 분석이 나왔다.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이후 ICT 기업의 전기차 시장 진입 등 신규 업체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1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김성래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완성차 산업의 특성상 애플의 차별화된 디자인과 성능을 구현하는 동시에 낮은 공급가격이라는 애플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애플은 기아를 비롯하여 LG, 닛산 등 아시아권 유수 업체와 협상을 통해 차량 하드웨어 개발과 제조 파트너십 의사를 지속적으로 타진했었다. 하지만 타산이 맞는 업체를 찾지 못했다. 애플카 연구·개발(R&D)과 생산을 위해서는 별도 조직을 구축해야 하고, 전용 설비와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차별화된 성능과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 투자가 필요한데, 이는 대량생산 전략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대량 양산에 있어서 애플의 차별화 전략이 시장성에 제약을 가져오는 상황이었다. 애플이 이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이렇다. 상용차를 만들려면 애플의 차별화 기능뿐 아니라 차량 안전 등 기본 성능 구현을 위한 1만5000개 이상의 부품 조합과 최적 메커니즘이 구현돼야 한다. 이 모든 게 비용으로 환산된다.

비용을 절감하고 시장성을 확보하려면 애플카와 다른 모델 간 차량 플랫폼, 부품의 공용화와 표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생겨났다. 이 경우 애플이 추구하는 고유의 제품 아이덴티티 구현과는 부딪히게 된 것이다. 결국 애플만의 차별화를 수익성으로 연결시키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애플카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

2014년부터 약 10년간 100조원 안팎을 투입한 애플카 프로젝트가 결국 중단됐으나 노하우와 데이터는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는 10년간 차량 개발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와 데이터를 애플 카플레이(Carplay) 기능 고도화에 활용할 것으로 봤다.

김 연구원은 “차량 제어와 모바일 앱의 차량 연동을 통한 서비스 확장 기회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포드 측은 미국의 포드 이용자 70%가 애플 사용자라는 이유로 애플 카플레이를 포드 차량에 탑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보고서에서는 애플의 타이탄 프로젝트 중단 선언으로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 기대감이 다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등 차량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기회 확대 모색은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ICT·빅테크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역량을 활용해 모빌리티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으로 이 기대감이 다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인포테인먼트 등 차량 도메인 영역에서 소프트웨어 업계의 기회 확대에 집중할 수도 있겠다”고 분석했다.

앞서 2019년에도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이 전기차 개발을 중단하기도 했다. 당시 다이슨은 “환상적인 전기차를 개발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 불가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시장 진출을 포기했었다.

지금은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기반 ICT 기업들이 차량 위탁생산 업체와 협력해 자동차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에서처럼 차량 기본 성능 구현과 대량 양산을 통한 시장성 확보 관점에서 경쟁력을 증명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내연기관 대비 시스템 복잡도가 낮다고 판단되는 전기차도 대규모 공장 건설을 위한 자본, 노동력, 전기차 플랫폼 제조 기술 등을 갖춰야 한다”며 “위탁 생산 업체들이 기존 완성차 OEM 대비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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