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이강인 부모와 내가 회초리 맞아야” 작심발언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 축사 중 대표팀 내분 언
“손흥민 같은 주장이 있어 정말 다행”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29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 크리스탈홀에서 열린 '제36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 축사하고 있다. 차범근축구상위원회 제공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안컵 기간 중 불거졌던 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과 후배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간 내분 사태에 대해 쓴소리를 전했다.

차 전 감독은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 크리스탈홀에서 열린 ‘제36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 축사자로 나서 한국 축구계를 향한 뼈있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특히 “축구를 잘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 멋진 사람, 주변을 돌볼 줄 아는 큰 사람이 돼야 한다고 당부하고 이야기해 왔다”며 대표팀 내 갈등 사건을 언급했다.

앞서 손흥민과 이강인은 아시안컵 준결승전 전날인 지난 6일 저녁식사 시간에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당시 이강인이 설영우 정우영 등과 탁구를 치다 이를 제지하는 주장 손흥민에게 반발해 다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 탈구 부상을 입기도 했다. 파문이 커지자 이강인은 사건 발생 10여일 만에 영국 런던으로 손흥민을 찾아가 사과했고, 손흥민은 받아줬다.

최근 영국 런던에서 만나 화해한 손흥민(왼쪽)과 이강인. 손흥민 인스타그램 캡처

차 전 감독은 “아시안컵을 마친 뒤 스물세 살의 이강인이 세상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는 대수롭지 않던 일이 한국 팬을 이렇게까지 화나게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상을 받는 세대는 동양적인 겸손과 희생이, 혹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책임감이 자칫 촌스럽고 쓸모없는 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앞으로 더욱 많아질 수도 있다”며 “동양적 인간관계야말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무기이자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차 전 감독은 이런 예절이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와 자신이 선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비결이라고 언급하면서 “설사 아이들이 소중함을 모르고 버리려고 해도, 아이들이 존경받는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어른들이 다시 주워서 손에 꼭 쥐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걸 가르치지 못한 이강인의 부모님과, 뻔히 방향을 알면서 방향과 길을 알리려고 애쓰지 않은 저 역시 회초리를 맞아야 마땅하다”고 작심 발언한 뒤 “손흥민 같은 주장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하기도 했다.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29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 크리스탈홀에서 열린 '제36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 축사하고 있다. 차범근축구상위원회 제공

1970~80년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시절 자신의 경험을 꺼내기도 한 차 전 감독은 세대 간, 문화 간 갈등 가능성을 언급하며 “선배와 후배, 어른이라는 개념이 없는 곳에서는 동료와 다투고 선수가 감독에게 거친 모양으로 대드는 것이 별로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다른 문화를 경험한 세대 간 마찰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교육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이제 늙었고, 이제는 쉬어도 된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니 몹시 부끄럽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차 전 감독은 끝으로 “이 자리에 계시는 부모님들은 어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품위 있고 진정한 성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할지 우선 생각해야 한다. 꼭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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