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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곁 못 떠나는 소시민 의사”… 응급의학과 교수, 결단 촉구

지난 20일 해군포항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면서 대학 병원에서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거점국립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빠른 결단을 호소했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27일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을 향해 남긴 글에서 “부디 이 사태를 좀 끝내달라”며 “다 잡아다 감옥에 처넣든지, 그냥 너희 맘대로 하라고 손을 털든지, 어느 쪽이든 좋으니 평소처럼 화끈하게 질러주시면 안 되겠는가”라고 호소했다. 이어 “짖는 개는 안 무는 법이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데, 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 질질 끄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조 교수는 “저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응급의학 전공하고 대학병원에 취직한 게 죄는 아니지 않은가”라면서 “코로나 때부터 나라에 뭔 일만 생기면 제 몸이 갈려 나간다. 나이 먹어서 이제는 진짜 온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싸우는 놈 따로, 이득 보는 놈 따로. 지나고 보면, 고생한 거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며 “어차피 시민들에게 저는 돈만 밝히는 ‘의새(의사를 낮추어 부르는 말)’일 따름이고, 동료들에겐 단결을 방해하는 부역자일 따름이겠지요. 실상은 그저 병든 환자 곁을 차마 떠나지 못하는 소시민 의사일 따름인데”라고 자조했다.

조 교수는 “그러니 총이든 펜이든 얼른 꺼내주십시오. 저는 이러다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게 생겼습니다”라면서 글을 마쳤다.

조 교수는 지난 21일에도 페이스북에 “현실엔 병들고 아픈 사람들이 많다”며 “당장 치료받지 못하면 곤란한 환자들이 많다는 걸 유념해달란 얘기다. 싸움이 길어져서 좋을 게 없다”고 적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7일 기준 주요 99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전체의 80.6%인 9909명이었다. 근무지를 이탈한 소속 전공의도 8939명(72.7%)으로 확인됐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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