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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괴롭힘, 선수만 징계하면 끝? 감독·구단은 책임 없나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이 6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V리그 GS칼텍스와의 5라운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프로배구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의 후배 괴롭힘 사건이 가해자로 지목된 오지영(36)의 ‘1년 자격 정지’ 징계로 일단락됐지만, 선수단 관리에 실패한 감독과 구단의 책임은 아직 남아있다.

한국프로배구연맹(KOVO) 선수인권보호위원회규정 제11조 1항에 따르면, 구단의 선수, 코치 등 감독의 지시를 받는 선수와 지도자가 폭력 행위를 하여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 감독에 대하여 100만 원 이상 500만 원 이하의 제재금을 부과한다.

KOVO 관계자는 28일 국민일보에 “감독에 대한 제재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으나 선수 징계 건을 마친 후 논의하기로 했다”며 “이 사안은 상벌위원회가 아닌 연맹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감독에 제재금을 부과하기 위해 별도의 상벌위가 열리지는 않는다. 정성우 페퍼저축은행 사무국장은 “관련해 연맹의 통지가 이루어지면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단 측은 “조 트린지 감독이 사건이 일어난 후 소명 과정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사후 처리에 불과하다. 사건이 애초에 일어나지 않도록 감독이 선수단에 규율을 제대로 세우거나 갈등 관리에 나섰어야 했다.

괴롭힘은 지난해 6월부터 피해 선수들이 임의 해지된 시점까지 6개월가량 지속된 것으로 전해진다. 트린지 감독은 지난해 6월 30일에 부임했다. 지휘봉을 잡은 직후부터 팀 내 갈등이 있었던 셈이다. 선수들끼리 비밀리에 일어난 일이라 상황을 인지하기 어려웠다 해도, 선수단 통솔을 맡은 감독의 책임은 변하지 않는다. 팀을 운영하는 구단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하며 진실 공방을 예고한 오지영 측도 감독과 구단의 처사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지영의 법률대리인 정민회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발단을 “조 트린지 감독이 선수단의 감정이나 정서에 대한 이해 없이 선수단을 주전, 비주전으로 나눠 경기에 뛰지 않는 선수들을 경기장에 데려가지 않은 것에서 시작한다”며 “구단 역시 자체 조사에서 당사자인 오지영 선수에게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트린지 감독은 페퍼저축은행과 동행을 마쳤다. 이에 따라 징계 처리 절차도 복잡해졌다. 관련해 KOVO 관계자는 “감독이 한국에 상주하지 않아도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며 “추후 한국에서 다시 지도자 생활을 하려면 제재금을 연맹에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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