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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자 여대생 살인 사건’에 궁지 몰린 바이든

입력 : 2024-02-28 06:22/수정 : 2024-02-28 07:58

미국 조지아주에서 불법 이민자가 여대생을 살해한 사건으로 공화당이 국경 안보 문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단적인 이민자 혐오 발언과 맞물리며 국경 봉쇄 논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불법 이민 문제를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사안으로 꼽는 유권자도 증가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29일) 텍사스주 국경 방문을 앞두고 발생한 이민자 살인 사건으로 논쟁이 빠르게 격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3일 조지아주 오거스타대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대학생 레이큰 호프 라일리(22) 시신이 캠퍼스 조깅코스 옆 숲에서 발견됐다. 조지아대 학내 경찰은 이튿날 베네수엘라 국적의 26세 남성 호세 이바라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체포 당시 이바라는 위조한 영주권 서류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라일리는 둔기에 의한 두개골 훼손으로 사망했다. 이바라는 라일리를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가 시신을 유기했고, 라일리의 911 신고 방해 혐의도 받고 있다.

이바라는 2022년 9월 미국-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었고, 이후 국경순찰대에 구금됐지만, 후속 조치 진행 과정에 석방됐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이바라가 지난해 8월 미등록 차량 운전 혐의로 뉴욕에서 체포됐고, 경찰에 그의 신병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전 석방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뉴욕 경찰은 지난해 이바라에 대한 체포 기록은 없다고 밝혔다. 이바라는 지난해 10월 월마트에서 200달러 상당의 의류와 식품을 훔친 혐의로 기소돼 소환장을 받았지만, 법정에 출두하지 않았다.

이바라가 망명을 신청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불법 월경 이후 수차례 범죄를 저지를 이민자가 추방되지 않고 살인까지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WP는 “이민자의 범죄율은 미국 시민보다 데이터상 낮지만, 공화당 지도자들은 바이든 취임 이후 기록적인 수의 불법 월경에 자극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스탠포드대 연구에 따르면 이민자들의 투옥 비율은 미국 태생 백인보다 30% 낮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민 문제의 현실을 드러내는 사건이라며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이바라를 ‘괴물’이라고 지칭하고 재선 시 불법 이민자를 대규모 추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국가를 파괴하는 사건이다. 외국은 최악의 갱단원, 살인자, 마약상, 테러리스트, 정신병자들을 우리에게 보낸다”며 “바이든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도 “분노한다. 우리가 수년간 이야기해온 구멍 뚫린 국경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남부 국경을 봉쇄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백악관은 희생자 유족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고 “유죄로 입증되면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민자 혐오 분위기도 감지된다. 조지아주 오거스타대 라틴계 학생 커뮤니티는 이바라 체포 이후 인종차별적 증오 댓글이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증오와 편견이라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비극적인 죽음과 슬픔이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증에 이용돼선 안 된다”는 성명도 발표했다.

갤럽 조사(지난 1~20일 성인 1016명 대상)에서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응답자 28%가 이민을 꼽았다. 이어 정부(20%), 경제일반(12%), 인플레이션(11%), 빈곤·굶주림·노숙(6%) 등의 순이었다. 갤럽 조사에서 이민 문제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힌 것은 중미 지역 출신 이주민들이 대규모로 미국에 입국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2019년 7월(27%) 이후 처음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57%가 이민 문제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지난 1월(37%)보다 20% 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무당층 응답자에서도 같은 기간 16%에서 22%로 6% 포인트가 올랐다.

전체 응답자의 55%가 불법 이민 문제가 미국의 핵심 이익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답했다. 직전 최고치(2004년 50%)보다 5% 포인트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백악관으로 불러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막기 위한 대화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과 국경 문제로 여야 의견이 갈리면서 견해차만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절박하다면서 안보 패키지 추경 예산안 처리를 당부했다. 반면 존슨 하원의장은 “이 나라의 최우선 순위는 국경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라며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유입 문제가 우크라이나 지원보다 더 급하다고 지적했다. 존슨 하원의장은 다만 “우리는 합의에 도달해 셧다운을 방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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