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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빠진 밸류업 프로그램…상장사 자율에만 맡긴다

밸류업 지수·스튜어드십 코드 반영해 ‘자본시장 선순환’ 기대
강제성 없어 실효성 의구심도

입력 : 2024-02-26 09:30/수정 : 2024-02-26 09:30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주식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26일 발표했다.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세제 지원, 코리아 밸류업 지수 포함,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 등이 담겼다. 상장기업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을 하면, 투자자가 이를 반영해 투자 활동을 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 선순환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세미나를 열고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우선 코스피, 코스닥 상장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이 자본비용, 자본 수익성, 지배구조 등을 파악해 기업 가치가 적정한 수준인지 스스로 평가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도쿄거래소의 정책을 참고하되 국내 상황에 맞게끔 지배구조를 기업 가치 평가 항목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상장기업들은 스스로 평가한 현황 진단에 기반해 자본 효율성 개선을 위한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연 1회 상장기업 홈페이지와 거래소를 통해 자율 공시하는 방식이다. 구체적 가이드라인 내용은 5월 2차 세미나 이후 확정된다.

정부는 상장기업들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공시를 하도록 인센티브를 제시한다. 세제 지원과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이 대표적이다. 세제 지원은 배당 소득세 감면과 분리 과세 등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구체적 세제 지원안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기업가치 성장이 예상되는 상장기업들로 구성된다. PBR(주가순자산비율), PER(주가이익비율),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주요 투자지표뿐 아니라 향후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기업도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벤치마크 지표로 지수를 참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3분기 지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투자 판단에 활용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반영키로 했다.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을 한 기업들에 대해 국민연금 등 기관이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은 기업들은 위탁 자산에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인센티브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오는 6월부터는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서 모든 상장기업의 분기별 PBR·PER·ROE를 확인해 비교할 수 있다. 연간 배당성향, 배당수익률도 연 1회 공표된다.

이 밖에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사의 사익 추구를 규제하기 위해 도입된 기회 유용 금지 규정을 개선하고, 정기주주총회 집중 개최 문제를 해결해 주주총회 내실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회 유용 금지 규정은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명시하고, 이사의 배상 책임 범위를 명확화하는 내용이 담긴다. 일각에서는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위해야 한다는 내용을 상법에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명문화하면 배임 문제가 부각되고, 해외에도 유사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포함하지 않았다.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상장기업의 자율성에 기대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는 지적에 “공시 의무화는 오히려 의미 없는 형식적 공시만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시장의 평가와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업 참여를 독려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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