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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의 세상만사] 뿌리 깊은 나무 고르기


뿌리 없는 나무는 없다. 뿌리는 나무의 생명 공급원이다. 뿌리에서 흡수된 물과 양분이 나무 꼭대기까지 이르며, 잎맥을 통해 흐른 물과 양분은 이파리들을 생기 있게 한다. 또 나무의 뿌리는 인장력, 즉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무를 무리로 심었을때 그 뿌리가 서로를 잡아당겨 지탱해 준다. 사람이 사는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사회 구성원이 서로 약한 곳을 받쳐 주고, 당겨 끌어 주며 안정된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뿌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유독 뿌리 깊은 나무를 선호했다. 제사나 폐백때 쓰면서 귀하게 써 온 밤, 대추나 시골집 마당 어디나 한 두 그루 심어져 있던 감, 모과 등 오랫동안 우리 생활과 밀접했던 나무들이 모두 심근성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용비어천가’에도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흔들리니 꽃 좋고 열매 풍성하다’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나무는 높을수록 깊고 넓은 뿌리를 가진다. 대체로 낮은 나무는 뿌리가 얕고, 높은 나무는 뿌리가 깊다. 그러니 나무의 성장은 그 뿌리에 달려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뿌리는 언제 단단하고 깊어질까. 뿌리는 만물이 생동하는 봄과 여름에 활발하게 자라서 나무가 필요로 하는 물과 양분을 공급해준다. 그러다가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면 나무는 잎을 다 벗어버리고 잠시 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뿌리는 쉬지 않는다. 낮아진 토양 온도에 적응하며 모든 생명 활동을 뿌리에 집중시켜 봄을 미리 준비한다. 그 과정에서 뿌리는 더욱 단단하고 깊어진다. 그래서 봄이 되면 꽃과 이파리가 만발하고 가을이 되면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된다. 이렇게 겨울을 이겨낸 나무가 깊은 뿌리를 가지고 더 크게 자란다.

입춘이 지났음에도 계절적으로나 경제·사회적으로는 여전히 겨울이다. 나무들은 아직 앙상한 모습이지만, 겨우내 준비한 튼튼한 뿌리의 힘으로 이파리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정치도 봄에 있을 총선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이 정당 저 정당, 이 사람 저 사람이 나서서 얼어붙은 경제·사회 문제를 녹일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이제 곧 우리는 이들 중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이 겨울 누가 국민 속으로 더 깊이 뿌리를 내려왔는지 따져봐야 한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이 겨울이 더 길어질 수도 있고, 꽃이 만발한 봄을 맞이할 수도 있다. 경제·사회적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는 누가, 어느 정당이 그나마 뿌리 깊은 나무인지를 유심히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장광설로 얕은 뿌리를 덮으려는 자를 특히 조심할 일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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