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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부끄럽다’…연극 ‘봉선화’ 출연자 참회

양금덕 할머니 역할에 무토 요코.
24일 빛고을시민회관 첫 해외공연.

입력 : 2024-02-25 14:42/수정 : 2024-02-25 17:37

광주문화재단과 일본나고야시민연극단이 주도한 연극 ‘봉선화Ⅲ’가 24일 빛고을시민문화관 대공연장 무대에 올랐다. 600여석의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오랜 소원인 진정한 명예회복을 성원했다.

연극 봉선화는 1944년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 강제 동원돼 고통 받았던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양심적 일본인들이 펼쳐온 투쟁 과정을 담고 있다.

1998년부터 일제 강제동원 피해할머니들을 도와온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지원회’와 연극단체 ‘아이치현민의 손에 의한 평화를 바라는 연극모임’이 합작해 만들었다.

창작 초연은 2003년 일본 나고야에서 이뤄졌다. 자국에서 첫선을 보인 뒤 2022년 나고야에서 두 번째 공연이 진행돼 1000여 명이 관람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이번 광주 공연은 세 번째이자 첫 해외공연으로 피해자 출신지역에서 처음 막을 올렸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공연을 위해 배우 23명, 관계자와 관객 19명 등 40여명의 일본인이 광주를 직접 방문했다. 연극 출연진은 연극을 본업으로 하는 전문배우가 아니라 중학생부터 직장인, 퇴직자까지 나고야시의 평범한 시민들로 구성돼 의미를 더했다.

2시간의 공연시간 가운데 조선인 소녀들이 강제노역 도중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숨죽여 ‘아리랑’을 부를 때 관객들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2018년 한국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내는 장면에서는 객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의 강제노역·인권유린 실태와 힘겨운 명예회복 투쟁과정을 그려낸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감동을 표현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광주문화재단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일본 나고야미쓰시비조선여자근로정신대소송 지원회는 지난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원고 양금덕 할머니 역할을 맡은 무토 요코 씨는 “미쓰비시와 (일본)정부가 부끄럽다”며 “과거에 저질렀던 행실을 피해자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는 걸 양금덕 역을 통해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다.

강기정 시장은 “출연 배우들의 충혈된 눈을 보면서 ‘대본에 의한 연극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연극’이라는 걸 느꼈다”며 “광주시도 역사적 사실이 기억·계승될 수 있도록 응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극공연을 위해 광주를 찾은 일본인 40여명은 25일 국립5·18묘지를 참배한 뒤 광주지역 역사문화 공간을 둘러보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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