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도 나몰라라, 병원 떠난 1만 전공의…“곧 한계치”

전공의 파업 나흘째 계속…환자도, 남은 의료진도 ‘신음’
“앞으로 일주일~열흘이 고비…이후 걷잡을 수 없다”

22일 오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다른 병원 전원을 위해 구급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엄정 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23일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환자들과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직장암 3기로 지난해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받았으나 항암 치료가 종료된 지 두 달 만에 간으로 암으로 전이돼 수술을 앞둔 상태였다는 한 환자는 “지난 20일 입원, 21일 수술 예정이었는데 취소됐다”며 “시기를 놓쳐서 간 이식으로 넘어갈까 봐 너무 두렵고 무섭다”고 연합뉴스에 토로했다.

지방에서는 치료받을 수 있는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수백㎞를 떠돈 환자 사례도 나왔다. 당뇨를 앓는 60대 환자가 지난 21일 오전 11시30분쯤 오른쪽 다리에 심각한 괴사가 일어나 119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전공의 부재로 수술이 어렵다며 병원 측이 이송을 권유해 길거리를 떠돌다 3시간30분 만에 치료받았다.

외래 진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더라도 전공의가 없는 탓에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는다는 한 폐암 환자는 “지난 20일 병원에 다녀왔는데 대기가 엄청나서 정말 하루종일 있었다”며 “지방에서 올라와 아침에 도착했는데 대기만 2시간30분을 했고 치료를 다 받고 나니 오후 6시더라”고 전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 집단 이탈 사흘째인 22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 대부분이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지난 21일까지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체 전공의 규모가 1만3000명이므로, 10명 중 7명 이상이 사직서를 낸 셈이다. 이들 100개 병원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8024명으로, 하루 전보다 211명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의사면허 정지’를, 법무부는 집단행동 주동자에 대한 ‘구속 수사’ 원칙을 내세우며 압박에 나섰지만, 환자 곁을 떠난 전공의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선배 의사들의 협의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을 두고 “집단행동이 아니다. 후배들의 자유로운 결정이고, 이를 지지한다”며 힘을 싣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사흘째인 22일 오전 서울의 한 공공 병원이 외래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은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에 따라 전체 수술을 최소 30%에서 50%까지 줄인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각 병원은 전공의의 빈 자리를 전임의와 교수 등을 동원해 채우고 있다. 야간 당직 등에 교수를 배치하고 있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버티기 어려울 전망이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이 고비가 될 수 있다”며 “그 이후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장에 남은 의료진은 업무 과중에 시달린다. 광주 전남대병원 한 의료진은 “병원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전공의가 해온 유치 도뇨관(소변줄) 삽입 업무를 하게 된 남성 간호사도 있다”며 “추가 근무야 당연지사고 밥 먹을 시간도 촉박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의료진은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정부와의 정책 갈등을 줄이고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업무에 복귀하는 것”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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