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보험금도 못 주네요” 만성적자 허그, 전세보험 가입자에 또 ‘지각변제’

접수 한 달 내 보증금 지급이 원칙
일부 세입자 “보증금 늦게 받아”
보증금 지출 급증에 재정 적신호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로부터 황당한 일을 겪었다. 보증금 반환을 신청하고 두 달 넘게 기다렸는데 약속한 날짜에 돈을 받지 못해 새 전셋집에 못 들어갈 뻔했던 것이다. A씨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허그가 이달 8일까지는 꼭 돈을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이달 초 대기자가 너무 많다며 돈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말을 바꿨다”며 “알아서 조치하라며 ‘나 몰라라’식으로 대응해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전세보증보험을 들었음에도 약속한 날짜에 돈을 못 받는 ‘지각변제’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급증하는 대위변제금에 최근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허그가 피해자 구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허그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약관에 따르면 허그는 보증금 반환 신청을 받으면 한 달 내로 심사를 거쳐 보증금을 지급해야 한다. 심사 기간이 한 달보다 더 걸리면 이유를 신청자에게 설명하고 심사가 완료된 날로부터 일주일 안에 보증금을 지급하면 된다. 그런데 A씨의 경우 보증금을 받기까지 석 달 가까이 걸렸고, 확약날짜조차 알 수 없다는 통보까지 받은 것이다.

이는 현재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허그의 변제력이 약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불어나는 전세사기에 허그가 지난해 집주인 대신 내준 보증금 규모는 5년 새 14배 급증한 4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허그의 재정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허그의 지난해 상반기 순손실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배가량 오른 1조3280억원으로 집계됐다. 허그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이 수치가 1조7600억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봤다.

지급한 돈만큼 회수율이 낮은 점도 ‘기금고갈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지난해 7월 누적 기준 허그의 대위변제 회수율은 15%대에 그쳤다. 전세사기 사고가 줄지 않는 점도 부담이다. 허그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이 3000억원에 육박한다.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지난 21일 556건을 추가로 인정해 누적 피해는 1만2928건이 됐다.

허그가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세입자들이 돈을 중복으로 떼이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허그에서 받은 보증금을 이용해 새로 이사할 집의 전세금을 내려는 임차인은 제때 돈을 못 받을 경우 집주인에게 치를 전세금이 없어 이미 지급한 일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허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분간 적자가 계속되겠지만 전세 시장 상황과 자체적인 재무개선 노력을 통한 다양한 제도개선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신속한 보증이행을 위해 최근 직원 27명, 인턴 39명을 추가로 늘리고 보증이행 절차 간소화 등 시스템 개선과 상담 인력 추가 배치 등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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