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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170억’ KBO판 왕의 귀환…명분·실리 다 챙겼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한 투수 류현진(오른쪽)이 22일 유니폼을 입고 박찬혁 한화 대표이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괴물 투수는 등장법도 남달랐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프로야구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으로 친정 한화 이글스에 복귀했다. 현재로선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다.

한화는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전액이 보장된 데다가 옵트 아웃 조항까지 포함됐다. 옵트아웃은 계약 만기 전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선수 친화적 장치다.

역대 KBO리그 계약 순위는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규모 면에선 종전 1위였던 2022년 양의지(4+2년 152억원)를 훌쩍 뛰어넘었고 기간에서는 같은 해 박민우(5+3년 140억원)와 공동 1위에 올랐다. 더구나 류현진은 둘과 달리 기간과 금액 모두 전부 보장됐다.

과거 미국행 직전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던 류현진은 10년여 만에 바람을 실현했다. 그는 구단을 통해 “미국에서도 매년 한화를 지켜보면서 언젠가 합류할 날을 꿈꿨다”며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복귀 시기와 관해선 “기량이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 조금이라도 빨리 합류하는 게 맞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계약 성사에 공을 들였던 한화 또한 최상의 결과를 받아들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선발투수로 통할 기량의 에이스를 영입한 데다가 제때 스프링캠프에 합류시켜 차질 없이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부터 전 구단 차원에서 공을 들인 ‘류현진 잡기’ 프로젝트가 결실을 본 데 대해 손혁 한화 단장도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손 단장은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좋은 투수란 다다익선인데 (류현진은) 아예 급이 다른 선수 아닌가. 너무 기쁘다”며 “최원호 감독도 문자 메시지로 고맙다더라”고 말했다.

이번 계약의 최대 반전은 기간이었다. 국내 복귀와 역대 최고 대우는 기정사실이었으나 8년의 계약 기간을 예견한 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구체적 계약 조건이 드러나자 야구계, 심지어 구단 내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현실적 위험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1987년생인 류현진은 올해 37세다. 투수로서 신체적 전성기를 지났다는 사실을 지속적인 구속 저하가 뒷받침한다. 내구성에도 물음표가 붙어 있다. 당장은 KBO리그 정상급 기량을 지녔다는 평이나 8년 뒤에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긴 어렵다.

한화가 그럼에도 파격을 택한 일차적 이유는 상징성이다. 사실상의 종신 계약을 통해 프랜차이즈 스타를 확실히 예우한 것이다. 염두에 둔 대기록도 있다. 계약 기간을 꽉 채우면 류현진은 44세까지 현역 생활을 보장받는다. 팀 선배인 전설적 투수 송진우의 프로야구 최고령 등판 기록(43세 7개월 7일)을 경신할 기회다.

이 같은 표면적 사유 외에 현실적 제약을 의식한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계약 기간을 길게 설정함으로써 평균 연봉을 감축했다는 분석이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KBO 리그에서 뛰었던 류현진은 7시즌 통산 98승 52패 1세이브를 거뒀다. 프로야구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1000탈삼진의 주인공으로 통산 1238개의 삼진을 솎아냈고, 평균자책점은 10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4위에 해당하는 2.80이었다. 빅리그 커리어도 수준급이었다.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합류로 한화는 단숨에 5강급 전력으로 도약했다. 중·장기적으로도 큰 자산을 얻었다는 평이다. 한화는 하위권에 그쳤던 지난해에도 마운드 유망주가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처럼 입단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들은 물론, 남지민 한승주 김기중 등이 성장을 이뤄냈다. 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촉매로 꼽히는 것이 류현진의 관록이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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