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고발한다”…여의사 분노한 복지부 차관 발언

입력 : 2024-02-22 08:58/수정 : 2024-02-22 10:56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 뉴시스

여성 의사들이 의대 증원 관련 브리핑 도중 성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의대함춘여자의사회는 21일 성명서를 통해 “박 차관의 여성 비하 발언을 의사회 차원에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의대 여성 졸업생 출신 의사들로 구성된 함춘여자의사회에는 현재 1900여명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2000명 의대 증원은 실습 위주의 교육도 이행하기 어렵고 시설, 장비, 교수 부족으로 의대 교육 부실화를 유발하게 될 것이 뻔하다”며 “정부가 총선에 유리하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의료 현장을 무시하고 여의사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성차별적 시각까지 동원해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차관은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를 의대 증원 정책 근거 자료로 들며 “여성 의사 비율 증가, 남성 의사와 여성 의사의 근로시간 차이, 이런 것까지 가정에 다 집어넣어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세밀한 모델을 가지고 추정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이를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박 차관의 해당 발언이 성차별적 시각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자신을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라고 밝힌 한 여성 의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의사인 게 그렇게 죄입니까’라는 글을 올려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해당 의사는 “세금 떼고 하루 1만8000원 받는 당직도 안 빼먹고 다 서고 있는데 무슨 여의사가 일을 안 한다는 얘기를 하느냐”며 “가정 있고 애 있는 분들이 근무시간 줄이고 휴직하고 이런 것은 의사뿐 아니라 타 직종도 마찬가지 아닌가. 무슨 여의사 때문에 의사가 부족한 것처럼 호도하느냐”고 성토했다.

이어 “여의사의 근로시간은 남의사에 비해 절대 짧지 않다. 전공의들 출산휴가 3개월 빼고 다 출근하고 심지어 밤샘 당직도 선다”면서 “출산 후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모든 경력단절 여성들의 고민거리라 생각된다. 가뜩이나 출산율 낮은 나라에서 도대체 왜 저런 발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 뉴시스

다른 여의사 단체들도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여자의사회는 “박 차관의 발언은 여성 의사의 전문성과 노력을 폄훼하고, 성별에 따른 차별적 시각을 조장한다”고 비판했고, 한국외과여자의사회는 “여성이 근무를 더 적게 한다거나 비효율적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통해 열악한 필수의료 현장 속에서도 피땀 흘려 노력하는 많은 여성 의료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의대 학생회도 이날 SNS에 입장문을 올려 “박 차관의 성차별적 발언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박 차관은 ‘대한민국 미래 의사 수 부족’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성 의사 비율의 증가’를 그 근거로 들었다. 여성 의사들의 근로시간이 적기 때문에 의료인력으로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발언에선 애당초 여성과 남성을 동등한 인력으로 간주하지 않는 성차별적 시각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박 차관이 ‘여성 의사의 생산성이 떨어진다’거나 ‘근무시간이 적은 여성 의사가 늘어 의사가 부족하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수급추계 방법론에 대한 객관적 사실에 대한 설명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 차관은 말실수로 한 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는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동안 의사들이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한 일은 없다”고 말하며 ‘의사’를 ‘의새’라는 비하 표현으로 발음했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박 차관의 사퇴를 촉구했고,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서울경찰청에 그를 고발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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