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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정착 바랐는데 노예로 살았다”… 유서 남긴 청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픽사베이

경북의 한 농촌에 귀농한 20대 남성이 농촌 청년 연합회 회장의 갑질에 4년간 시달렸다고 폭로하며 극단적 선택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7일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A씨는 농촌 청년을 양성하기 위해 결성된 이 지역 청년 연합회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유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됐다. 그는 “이번 인생은 잘못 살아온 것 같다. 죽어서 지긋지긋한 삶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내 인생은 그저 그 인간의 노예로 살아갈 뿐 가스라이팅 당하며 꼭두각시처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살아가기가 힘들다”며 “자신의 (청년 연합회) 회장 권력을 이용해 자기 사리사욕만 채우는 모습이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365일 매일 그의 전화를 받는 것은 지옥”이라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회장이 자신을 개인 비서처럼 부리며 연합회와 무관한 잡일까지 시켰다고 폭로했다. A씨는 “그의 농장에서 노예처럼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우리 사이에 이런 건 해 줘야지’라는 식의 부탁 아닌 ‘시킴’ 속에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아침에는 회장의 집에 들러 그를 깨워야 했다. 회장의 자녀를 데리러 어린이집에도 가야 했다. A씨는 “기사처럼 내 차에 태우고, 내가 비흡연자인데도 (회장이) 내 차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담뱃재를 뿌려대고 기분이 나쁘거나 화나는 일이 있으면 꼬투리를 잡으며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귀가해서도 회장이 시킨 사무를 처리하느라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고 했다. A씨는 “‘내 일을 하고 싶다. 나도 바쁘다’고 (회장에게) 하면 ‘누구는 안 바쁘냐. 네가 그 일을 하면 얼마를 버냐’며 ‘이곳에서 잘 지내고 싶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며 비아냥거리는 모습에 신물이 난다”고 했다.

게다가 회장은 청년 연합회비를 횡령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회장이) 나에게 뒷돈을 만들게 하고 더러운 짓을 시켜 횡령하며 나에게 몇 푼 쥐여주거나 그 돈으로 밥을 먹으며 공범을 만들었다”며 “더 많은 돈을 횡령하고자 회비를 인상했다.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나오는 지원금 또한 회원들의 명의, 계좌를 도용해 돈을 빼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 지역에 정착해 살고 싶었을 뿐인데 더러운 농촌 사회 이면에 신물이 난다. 나는 여기까지가 한계”라며 글을 끝맺었다.

유서를 본 누리꾼들은 안타까움을 전했다. A씨의 가족은 지난 13일 유서에 거론된 사람들과 그에 관련된 내용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는 고소장을 경찰서에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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