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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10건에서 77건으로… 행동주의펀드 ‘밸류업’ 타고 날개 다나


최근 몇 년 새 아시아 지역에서 주주행동주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평가주가 많은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결과다. 국내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이 가시화된 만큼 향후 행동주의 캠페인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글로벌 기업 거버넌스 리서치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가 발간한 ‘2024년 주주행동주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권에서 기업가치 제고 요구를 받은 기업은 220곳으로 집계됐다. 2020년 126곳에서 2021년 137곳, 2022년 194곳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 기준 미국은 550곳, 유럽에서는 123곳이 공개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요구를 받았다. 전통적으로 서구권에서 뜨겁던 주주행동주의가 북미에 이어 아시아에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주주행동주의가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2020년에는 공개 주주제안을 받은 기업이 10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77곳까지 늘어났다. 2022년(49곳)과 비교해도 1년 새 57% 급증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늘며 주주행동주의가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는 데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에서도 재작년부터 행동주의 캠페인이 급증했다. 2021년 주주 활동 타깃이 된 기업은 66곳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108곳, 지난해엔 103곳을 기록했다. 일본 정부가 상장사들의 적극적인 주주가치 증대 노력을 독려하고 이를 모니터링하면서 행동주의 펀드가 나설 명분을 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일본은 보유한 자산과 실적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이 많다는 이유로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시작해 한국에서 이어가려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기업가치보다 저평가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주 친화 정책 강화를 위한 배당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은 물론, 기업 경영을 효율화하고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투자업자는 “주주들의 요구에 귀를 닫던 기업들도 사실상 ‘보이지 않는 손’을 행사하는 정부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증가하면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고 경영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모든 주주 제안이 기업의 장기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인지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행동주의펀드 영향에 관한 보고서에서 “주주간의 이해상충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주주행동주의 활동에 대한 정보제공 기능 강화, 그리고 주주환원정책의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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