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55% 병원 떠났다… “남은 의료진은 강한 피로감”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한 20일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병상 포화 상태로 진료 불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현규 기자

전국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절반 이상이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중 25%는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았는데도 병원을 이탈했다. 정부는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복귀를 당부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날 오후 11시 기준 6416명(55%)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국 전공의는 1만3000명으로, 약 95%가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복무 점검이 이뤄졌다. 사표는 전원 수리되지 않았다. 사직서를 제출한 뒤 곧바로 출근하지 않고 병원을 이탈한 사례도 1630명(25%)에 달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근무지 이탈의 경우 세브란스·성모병원 등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나머지는 이탈자가 없거나 소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병원 전공의들은 20일 오전 6시부터(세브란스는 19일 오전 7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는 사직서 제출 전 전체 전공의를 상대로 내렸던 ‘진료유지명령’에 이어 10개 수련병원(연대세브란스, 강남세브란스, 원주세브란스, 한양대, 한림대성심, 건보공단 일산, 순천향천안, 상계백, 부천성모, 대전 성모병원) 728명에 대해서는 실제 현장 이탈을 확인하고, 업무개시명령을 추가 발령했다. 복지부는 이날 50개 병원에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다만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멈추고 곧바로 진료 현장으로 돌아오면 추가 처벌은 없다고 약속했다.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 곧바로 진료 현장으로 돌아오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길 시 면허 정지 등의 행정 처분이 내려진다. 박 차관은 “객관적으로 (복귀 시점을) 정하는 것이 아니고 개별적으로 구체적인 사유를 따지고 감안해서 즉시 복귀한 것으로 판단되면 추가적인 처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절반이 넘는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데 이어 이날도 추가 제출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당장 환자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전날부터 운영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통해 접수된 피해 유형을 보면 34건 중 수술 취소는 25건, 진료 예약 취소는 4건, 진료 거절은 3건, 입원 지연은 2건이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하자 정부가 군병원 12곳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했다.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20일 오전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대거 떠난 병원 업무를 교수와 전임의들이 맡거나, 전공의 비중이 적은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기존 인력의 업무도 가중되고 있다.

강보승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찍 사직에 들어간 병원의 교수진들, 특히 24시간 일정 수준의 노동강도로 지속해서 진료하는 응급의학 응급센터 의사들은 벌써 피로감이 강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금 전공의 몇 명 빠졌다고 수술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이 상황이 바로 의대 정원 증원 필요성의 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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