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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왼쪽 섹시하네”… 풍경 찍는 척 여성 훑는 몰카

“성적 수치심 유발…처벌 가능성”
“성적인 댓글도 모욕죄 성립 가능”

번화가 길거리를 촬영한 컨셉의 영상들. 그러나 영상 썸네일(대표 이미지)이 주로 여성들의 신체를 자극적으로 부각한 사진으로 편집되어 있다. 유튜브 캡처

길거리를 걸으며 풍경을 찍어 보여주는 콘셉트의 채널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풍경 대신 ‘몰카’ 형태로 여성의 신체를 선정적으로 찍어 게재하는 경우도 많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불법 촬영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SNS 엑스(X·옛 트위터)에 따르면 “길거리 여성들을 모자이크도 없이 올리는 유튜브 콘텐츠를 제보한다”며 “자신도 모르게 찍힌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실제로 해당 계정에는 강남역, 이태원, 압구정로데오 등 서울 유명 번화가에서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은 영상이 다수 업로드돼 있다. ‘길거리를 함께 걷는다’는 콘셉트이지만 주로 여성들의 뒷모습과 얼굴이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등장한다.

해당 채널은 몸매가 부각되는 여성들을 영상 섬네일(대표 이미지) 사진으로 앞세워 조회수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쓴다. 조회수 160만회가 넘는 영상도 있다. 시청자들은 영상 속 일부 여성이 등장하는 시간을 기록하며 “1:25 왼쪽 (여자) 섹시하다” “엉덩이 장난 아니네” “각선미 죽인다” 등 성희롱성 댓글을 남기고 있다. 영상에 찍힌 이들의 외모를 비하하는 댓글도 다수 달려 있다.

몰래 촬영되는 사실을 불쾌해하는 여성을 비난하는 댓글도 있다. 한 여성이 자신이 찍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불쾌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에 대해 누리꾼들은 해당 장면을 특정해 “다른 사람은 뭐라 안 하는데 유독 민감하다” “비싸게 군다” 등의 조롱성 댓글을 달았다.

국민일보 DB

전문가들은 ‘불법으로 촬영된 영상’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민영 법무법인 플랜에이 대표변호사는 “해당 영상은 타인의 의사에 반해서 신체 부위를 촬영하고 성적 욕망과 수치심을 유발하고 있어 법적 처벌 범주에 해당할 수 있다”며 “촬영뿐 아니라 자극적 제목을 달고 신체 일부를 부각한 영상으로 가공해 유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은 카메라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2항(카메라 이용 촬영물 반포 및 제공)은 촬영물을 반포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유튜브의 ‘과도한 노출 및 성적 콘텐츠에 대한 정책’에 따르면 다른 사람을 동의 없이 성적으로 묘사하는 콘텐츠는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규정과 달리 해당 영상은 길거리 영상으로 분류돼 별다른 제재 없이 방치되는 실정이다.

강 변호사는 “길거리 촬영 영상이 공개성을 띠긴 하지만 일반적인 촬영이 아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있다면 불법성이 희석되기 어렵다”며 “유튜브 측에서도 규제 조항을 두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고 양도 방대해 영상을 걸러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영상에 달린 성희롱성 댓글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송혜미 법무법인 오페스 대표변호사는 “영상뿐 아니라 영상에 달린 댓글이 성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면 모욕죄나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성립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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