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취소 전화 돌려야”…전공의 떠난 자리, 수습하는 간호사들

전공의 병원 현장 이탈로 업무 공백

입력 : 2024-02-20 11:18/수정 : 2024-02-20 12:02
13일 오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19일부터 환자 곁을 떠나면서 일부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의사들의 업무를 떠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 공백이 확산할수록 의료진 내부 갈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6년차 간호사 A씨는 2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의사들은 수술을 못 하겠다고 선언하면 그만이지만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 수술 취소 연락을 돌리는 외래 담당 간호사”라며 “앞으로 수술을 다시 해야 할 때 치료 일정을 짜고 부서 간 스케쥴을 조정하는 모든 의료진까지 피해를 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통상 수술 취소 소식을 담당 교수가 직접 전화해 알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환자들에게 연락을 한다. 환자들의 항의는 간호사들이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후 전현직 대한의사협회(의협) 임원을 중심으로 정부를 규탄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2일 온라인 임시총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증원 반대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6시부터 전공의들이 파업에 돌입한 삼성서울병원도 수술 건수가 대폭 줄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 중인 5년차 간호사 B씨는 “하루에 5건 정도 수술방에 들어갔는데 20일은 수술이 한 건도 없다”며 “전공의들은 파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정부가 의사들의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의사가 파업을 하면 이들이 하던 상당수의 일은 간호사들이 도맡아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약 처방이다. 19일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한 대학병원 외래 PA(진료보조) 간호사가 작성한 “병동 처방을 내라는데 어떡하냐”는 글이 올라왔다. 평상시엔 전공의가 병동 환자들한테 약 처방을 직접 내리는데, 이들이 빠지니 병원 측에서 이 업무를 간호사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간호사는 “법적 보호조치나 명문화, 보상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고 그냥 병동 처방을 내라고 한다”며 “안 그래도 업무가 많은데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상처를 치료하고 소독하는 드레싱 작업과 혈액 배양 검사(블러드 컬처)까지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통상 의사가 담당하는 일이다. 한 간호사는 “간호사들이 간호법으로 파업을 할 때는 도와주지 않던 의사들이 본인들이 파업을 한다니까 일을 떠넘기고 가는 모습이 괘씸하다”며 “의사들이 떠넘기는 일을 받아주는 간호부에게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 관계자는 “병원 일이라는 게 누군가 일을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커버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돌아간다”며 “의사가 일하지 않으면 당연히 간호사들이 할 거라는 걸 믿고 그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의료 공백에 대처하기 위해 PA 간호사를 투입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간협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법적 보장과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이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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