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역 없는 軍복무 없다”…병역거부자에 백골부대 출신 판사의 일침

병역법 위반…징역 1년6개월 선고
“현행 대체복무제도 고역 정도 과도하다 볼 수 없어”

한 시민단체가 2017년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후 대체복무제가 마련돼 2020년 10월 처음 시행됐다. 뉴시스

종교적 이유를 들어 대체복무에도 응하지 않은 20대 병역거부자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재판장은 ‘현행 대체복무제가 고역(힘듦)의 정도가 심해 징벌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자신의 복무 경험을 언급하며 피고인을 질책했다.

광주지법 형사7단독 전일호 부장판사는 13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A씨는 종교적 이유로 대체복무 소집 대상자로 분류됐지만, 이 소집에도 응하지 않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교도소에서만 근무하고 고역의 정도가 심해 징벌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대체복무요원 소집에 응하지 않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판사는 “헌재는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 복무 기간보다 길게 하거나 복무 강도를 현역 복무와 더 무겁고 힘들게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는 대체복무도 병역의 일종으로 고역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DB

전 판사은 이어 이례적으로 자신의 군 복무 경험을 비교적 상세히 언급하면서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반박했다.

전 판사는 2004∼2007년 육군 법무관으로 임관해 강원 철원군 3사단 백골부대에서 근무했다. 그는 근무 당시 겪었던 사건을 열거하며 복무의 형태와 관계없이 군 복무 자체가 고역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전 판사는 “현역 병사들의 군 복무는 고역 그 자체”라며 “굴착기를 운전하다 사망한 장병, 부대 내에서 성폭행당하고 유서를 군복에 품고 버틴 병사, 종교 활동을 보장받지 못한 탈영병 모두 이런 고역을 두고 징벌이라거나 위헌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숙 형태의 대체복무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없으나, 현역병의 복무 강도보다 무겁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현행 대체복무제도의 기간이나 고역의 정도가 과도해 징벌로 작용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대체복무제는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계기로 마련돼 2020년 10월부터 시행됐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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