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개선 vs 독점 강화”… 철강업계, 수입산 열연 반덤핑 제소 두고 ‘충돌’


철강업계가 중국·일본산 등 수입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고로(용광로)를 보유한 철강사는 저가 수입산 유입으로 열연강판 가격이 왜곡됐다며 제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강업체는 반덤핑이 받아들여지면 철강사의 독과점이 심화하고 열연강판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며 반대하고 있다.

열연강판은 제철소에서 쇳물을 매끄럽고 얇게 펴 만든 반제품 상태의 철판을 말한다. 제강사는 철강사에서 사 온 열연강판을 기초로 자동차용 강판, 선박 후판, 건축용 철근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수익을 낸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수입산 열연강판에 대해 정부에 반덤핑 제소를 할지 검토하고 있다. 반덤핑 제소는 외국 물품 가격이 국내 가격보다 현저히 낮게 들어와 국내 사업에 피해를 주거나 입힐 우려가 있을 때 할 수 있다. 제소가 받아들여지면 정상 가격과 덤핑 가격 차액 범위 내에서 관세를 부과한다.

중국은 자국에서 소비하지 못한 열연강판을 싼값에 해외로 넘기고 있다. 일본은 엔저 영향으로 저가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한 열연강판은 422만t으로 2022년(339만t) 대비 24.4% 늘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455만t)에는 못 미치지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업계는 중국 등 신흥국 수입재 유입과 반덤핑 등 불공정 거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철강 생태계를 건전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강사 등 후공정사들은 반덤핑 제소로 철강사의 국내 시장 독과점을 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관세 부과로 수입이 줄면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얘기다. 포스코의 국내 열연강판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이번 갈등의 배경엔 열연강판 가격 하락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t당 100만원을 웃돌던 국내산 열연강판 가격은 80만원 중반대로 떨어졌다. 80만원 초반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는 수입산의 영향이다.

일각에선 ‘포스코 사정이 얼마나 어려우면 반덤핑 제소 언급까지 나오나’라는 시각도 있다. 포스코 철강 부문은 지난해 매출액 38조9720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42조6950억원)보다 8.7%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830억원으로 2022년(2조2950억원) 대비 9.2% 감소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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