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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시 명예훼손, 이번엔?…배드파더스가 헌재로 가는 이유

다음주 중 헌법소원 제기 예정
형사재판선 ‘벌금형 선고유예’ 확정

구본창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 (구 배드파더스) 대표. 연합뉴스

신상 공개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 문제’ 공론화 활동을 해 온 구본창 양육비를해결하는사람들(구 배드파더스) 대표가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 나선다.

구 대표 측은 1심 법원의 무죄 판단이 2·3심에서 유죄로 뒤집힌 점을 들며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지탱하던 요건들이 모호해졌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적 합의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에 대해 그간 ‘합헌’ 판단을 유지해 왔다.

구 대표는 2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양육비 미급자의 신상공개를 사적 제재로 규정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을 대리하는 사단법인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도 “배드파더스 사건에 적용된 ‘정보통신망법 제70조 1항’에 대해 헌재의 판단을 다시 구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여러 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될 만큼 오랜 논란거리다. 관련 법률을 구성하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1항과 형법 제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공익적 목적’이 있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 제310조(위법성조각사유)를 둔 형법과 달리 정보통신망법은 ‘공익적 성격’과 ‘비방할 목적’을 저울질해 유무죄를 결정하는 내용의 판례를 쌓아 왔다. “남을 비웃고 헐뜯는 비방할 목적”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비판할 목적”은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런 이유로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 대한 그간의 여러 차례 헌법소원은 모두 합헌 결정으로 정리돼 왔다. 헌재 판례 검색시스템에 따르면, 타인의 신상을 폭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들의 헌법소원을 병합한 헌재는 지난해 9월 26일에도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 대한 합헌을 재확인한 바 있다.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 대표도 같은 이유로 지난 4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신상 공개가 인격권과 명예를 훼손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해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려는 것으로 사적제재에 가깝다”며 항소심이 내린 벌금 100만원의 선고 유예를 확정했다.

앞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 공개를 ‘공공의 이익을 위한 비판’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었다. 당시 배심원단 7명 전원의 의견도 무죄였다. 그러나 2심 법원은 ‘비방할 목적’에 해당하는 ‘인격권 침해와 명예훼손’에 무게를 두고 유죄 판단을 내렸다.

이번 헌법소원을 준비하는 손 변호사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두고 1심과 2·3심의 유무죄 판단이 갈렸다는 점이 이전과 달라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무죄 판단이 뒤바뀔만큼 ‘비방과 비판’을 나누는 구분이 모호하고, ‘공익성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 역시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라는 주장이다.


손 변호사는 26일 “배드파더스 사건은 신상 공개의 ‘공익적 목적’이 1심에서 인정됐지만, 2·3심에서 인정되지 않는 등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임을 보여줬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도 “양육비 미지급 문제, 미투, 학교폭력 등은 법이 해결해 주지 못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방식으로 해결을 시작했다”며 “그런데도 ‘사적 제재’라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아무리 피해가 크고 억울해도 그냥 입 다물고 참으라는 얘기 밖에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육비를해결하는사람들과 사단법인 오픈넷은 다음 주 중 헌재에 헌법소원을 정식 청구할 예정이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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