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규도 분노…한인 세탁소 ‘500억 바지 소송’ 뭐기에

입력 : 2024-01-16 07:56/수정 : 2024-01-16 10:38
2007년 거액의 배상소송 판결 이후 기자회견하는 한인 세탁업주 부부. 연합뉴스 보도화면 캡처

2005년 미국에서 한인 세탁소를 상대로 벌어졌던 수백억대 손해배상 소송이 최근 인기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서 언급되면서 재조명됐다.

16일 온라인에 따르면 구독자 40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워크맨’은 지난 12일 ‘미국 LA 세탁소 아르바이트’ 편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진행자 장성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인 부부인 브라이언 민씨와 제인 민씨가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일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장성규는 업무를 배우던 중 ‘진상 손님’에 관해 질문했고 민씨는 2005년 있었던 이른바 ‘바지 소송’을 언급했다. 미국 판사가 자신의 바지 하나를 분실했다는 이유로 일반인인 세탁소 업주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해 국제적 관심을 모은 사건이다. 민씨에게 사건 설명을 들은 장성규는 “저질이네. 판사는 되게 존경받는 직업인데 그러면 뭐 하냐. 사람이 안됐다”며 분노했다.

한인 세탁업주 배상소송 설명을 듣고 분노하는 장성규. 유튜브 채널 ‘워크맨’ 영상 캡처

당시 워싱턴DC 행정법원에서 근무했던 로이 피어슨 판사는 재미교포 정모씨가 운영한 세탁소를 상대로 67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500억원, 현재 약 884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세탁소 측이 피어슨 판사가 임용 당일 입을 바지를 분실했다는 게 이유였다.

세탁소 주인 정씨가 보상금을 포함해 1500달러 배상을 제시했는데도 피어슨 판사는 이를 거절하고 소송을 이어갔다. 그는 세탁소 측이 매장 유리창에 ‘만족 보장’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어 놓고 이행하지 않아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을 거치며 배상 요구금액을 5400만 달러로 낮추기는 했지만 그는 끝끝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2년여의 소송 끝에 2007년 법원은 결국 세탁소 주인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만족 보장’이라는 말이 고객의 불합리한 요구까지 충족시키라는 뜻은 아니다”며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만족 보장’을 이의를 제기할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한인 세탁업주를 상대로 거액의 배상소송을 걸었던 로이 피어슨 판사. 연합뉴스 보도화면 캡처

정씨 변호를 맡은 크리스 매닝 변호사는 승소 판결 이후 성명을 통해 “미국 재판부는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악의적인 소송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당시 미국 법조계에서도 이슈가 돼 미국의 불합리한 사법제도에 대한 개혁 여론까지 불러왔다. 피어슨 판사는 사건 여파로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고 정씨의 변호사 수수료를 포함한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했다.

정씨 부부는 판결 직후 “지난 2년간 악몽 속에서 살았지만 피어슨 판사를 용서했다”고 말했다. 피어슨 판사가 다시 손님으로 온다면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는 “본인이 우리 가게를 원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장기간 소송에 지친 정씨 부부는 결국 세탁소를 폐업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