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개식용 금지’ 이후…개농장 50만 마리 운명은

입력 : 2024-01-10 10:03/수정 : 2024-01-10 10:03
정부가 파악한 전국 개농장은 1100여 곳이며, 체류 중인 개는 50만 마리에 달한다. 대부분은 국내 입양이 힘든 대형견이다. HSI 제공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거나 사육·증식하는 것을 금지하는 개식용 금지 특별법이 9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간 사회적 논란이 컸던 개식용 철폐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개농장 폐쇄 이후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향후 반발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농장주 보상과 함께 농장개 수습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현재 국내에는 전국 개농장 1100여 곳에 50만 마리의 농장 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처리를 두고 어려움과 갈등이 예상되는 엄청난 규모. 하지만 파악되지 않은 개농장까지 따지면 동물단체들은 농장 개 규모가 최대 10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측한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실제 개농장을 폐쇄하고 남겨진 농장 개들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비용·인력 등 난관이 예상되는 이유다.

"마리당 200만원" vs "마리당 지원 NO"

개 식용 종식을 위한 논의의 최대 걸림돌은 개농장주에 대한 지원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였다. 제도적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진 건 2021년 12월. 당시 정부는 동물단체, 육견업계 등과 ‘개식용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20여차례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전업 지원 범위 및 농장 개의 처리 방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소집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번에 제정된 특별법은 △식용 목적의 개 사육과 도살, 개를 가공한 음식물의 취득·운반·판매 금지와 함께 △개식용 사업주들의 폐업 또는 전업에 대한 지원 근거를 담았다. 지원 근거를 명문화한 것. 하지만 개 식용산업의 폐업 유도에 따른 보상 방안을 구체화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불씨가 남아있다. 정부는 식용 목적에서 개를 사육·도축하고 판매 및 운반하는 업자의 폐업‧전업 비용은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육견 업계가 요구하는 농장 개 마릿수 당 보상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9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동물복지국회포럼과 개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 공동주최로 개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 환영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성훈 기자

동물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가 공개한 충남의 200마리 규모 개농장. 정부가 파악한 전국 개농장은 1100여 곳이며, 체류 중인 개는 50만 마리에 달한다. HSI 제공

육견협회는 영업손실 보상 명목으로 개 한 마리당 2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개 농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항목과 액수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육견업계 및 동물단체와 협의하고 현장 실태조사를 마친 뒤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단체는 반대 입장이다. 개를 의도적으로 증식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잔여 개에 대한 보상은 안된다는 주장이다. 한국HSI 채정아 대표는 “개농장주들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폐업과 전업을 돕는 것만으로도 크게 반긴다”면서 “농장 개 마릿수당 비용을 지급할 경우 개 한 마리 한 마리를 보상의 도구로 악용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국HSI는 2015년부터 전국 18개 개농장에서 개 2700마리를 구조한 뒤 농장주가 농업이나 폐기물처리업으로 전업하도록 지원해온 단체다.

동물단체 HSI는 지난 10년간 전국 18개 개농장주를 설득해 농업이나 폐기물처리업으로 전업하도록 지원했다. HSI 제공

안락사 막을 수 있나…남은 농장개들 운명은

개 농장을 철거한 뒤 남은 개를 처리하는 방식도 문제다. 특별법에 따르면 정부는 농장 개들을 보호·관리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라는 게 고민거리다. 전국 개농장에 체류 중인 개 숫자는 정부 추산 50만 마리, 동물단체 추산으로는 100만 마리에 달한다. 국내 공공보호소에 수용 가능한 동물은 연 12만마리에 불과해 대부분은 안락사를 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정책팀장은 “희생을 최소화하려면 농장 개의 증식을 막을 방법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농장개 대다수는 20㎏ 이상 대형견으로 국내 입양도 쉽지 않다. 동물단체 어독스는 2022년 전북 김제에서 적발된 개농장에서 도사견 102마리를 전부 구조했지만 미국‧캐나다로 입양 보낸 10마리를 제외하면 국내 입양 성과는 없었다. 어독스 엄지영 대표는 “전국 모든 개농장 개를 구조해 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무자비한 안락사를 지양하고 입양 가능성이 있는 한 마리라도 더 살리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개농장에서 구조된 도사견, 진돗개 등 대형견 다수는 미국, 캐나다 등지로 해외 입양된다. 가구 60%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해 대형견의 국내 입양은 쉽지 않다. 이성훈 기자

정부는 50만 마리에 달하는 농장개가 한꺼번에 공공보호소로 유입되지 않도록 단계적 감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개 농장주에게 개 처리 방안을 담은 사업 종식 계획서를 요구하고 그 이행 여부를 감독하는 방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개농장주들이 특별법의 유예기간(3년)동안 개체수를 최대한 줄이도록 관리하고 남은 개들은 공공보호소에서 관리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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