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바늘 상처에도… ‘묻지마 폭행범’ 쫓아가 잡은 父子 [아살세]

귀가 중 비명 듣고 차 세워 가해자 제압
이수연씨, 얼굴 흉기로 찔렸는데도 끝까지 쫓아가 검거
지난 26일 ‘LG 의인상’ 수상

지난달 18일 오전 11시50분쯤, 이상현(60)·이수연(24)씨 부자가 한 여성의 비명을 듣고 차에서 내리고 있습니다. 이수연씨 제공

“살려주세요.”

지난달 18일 오전 11시50분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한 길거리에서 다급한 여성의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마침 반려묘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에 들렀다가 귀가하던 이상현(60)·이수연(24)씨 부자가 다급한 외침을 들었습니다.

당시 차량을 운전하던 이수연씨는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는 순간 차 안에서도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가 들렸다”고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때의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이씨가 소리가 나는 인도 쪽을 돌아봤지만, 가로수 그늘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급히 차를 세우고 자세히 살펴보니 한 남성과 여성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이들 부자는 처음에는 연인끼리 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일단 서로를 떼어놓자는 생각에 차에서 내렸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면서 보니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한 남성이 여성을 넘어뜨린 채 목을 조르고 있었습니다. 이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해 보여서 그때부터 112에 전화하면서 현장으로 다가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씨는 남성에게 그만두라고 소리치며 접근했습니다. 남성은 이씨 부자가 동시에 제지하자 달아나려 했지만, 이씨는 재빨리 이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이씨는 오른손으로는 휴대전화를 들고 경찰에 전화하면서 왼손으로는 이 남성을 붙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순간 아버지 이상현씨가 이수연씨에게 “남성이 칼을 갖고 있다”며 피하라고 외쳤습니다. 이수연씨가 뒤늦게 피해보려 했지만 남성의 손이 더 빨랐습니다. 이씨 얼굴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뚝뚝 떨어졌습니다. 이씨는 그대로 길가에 넘어졌습니다.

그는 위험했던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아버지 말씀이 안 들렸나 봐요. 그 피하라는 소리가. 저도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어요. 그 때는 아프다는 느낌도 없었어요.”

얼굴을 칼로 찔린 이수연씨는 50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수연씨 제공

남성은 이씨를 뿌리치고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얼굴을 칼로 찔린 이씨는 다시 일어나 부친과 함께 이 남성을 쫓았습니다. 남성은 도망치는 와중에도 칼을 휘두르며 이씨 부자를 위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추격전을 이어가다가 힘에 부쳤는지, 남성은 산책로 중간 풀숲 우거진 곳에 자리를 잡고 숨었습니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이씨 부자와 대치하던 남성은 끝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수연씨는 얼굴에 큰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50바늘을 꿰맸다고 합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남성은 피해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명 ‘묻지마 폭행’이었던 것입니다. 경찰은 가해 남성을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 송치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이후 이씨 부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씨 부자는 지난 26일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주어지는 LG 의인상도 수상했습니다.

이수연씨는 “가족 단체 채팅방에 형이 올린 기사를 보고 수상 사실을 알았다”며 “도와드린 것 때문에 상을 받아서 오히려 저희가 더 감사드린다”고 웃으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어 “그때는 그냥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며 “무사해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종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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