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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X 팬들께 죄송하고 감사했던 2023년”

‘주한’ 이주한 인터뷰
지난 8일 DRX와 계약 종료 발표…향후 거취 미정


‘주한’ 이주한이 최근 DRX와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그는 작년 스프링 시즌 이후 이 팀에 합류, 식스맨으로 팀의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8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이주한을 만나 그가 DRX에서 1년 반 동안 쌓은 추억의 뒷이야기, 뒤늦게 이적 시장에 나오게 된 이유 등을 들어봤다.

2022년 스프링 시즌 마치고 DRX 합류…‘중꺾마’의 핵심은 화목한 분위기

이주한은 2022년 스프링 시즌을 PSG 탈론에서 보낸 뒤 자유 계약(FA) 선수가 됐다. 그는 “PSG와 계약 해지 후 차기 목적지를 고민하던 참에 마침 DRX에서 좋은 기회를 주셨다. LCK 무대를 처음 밟아본다는 설렘, 선배 선수들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가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경기장보다 벤치에 머문 시간이 더 많았다. 당시 DRX의 정글러는 ‘표식’ 홍창현이었다. 이주한은 서머 시즌에 충분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출전했을 때도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는 “정규 시즌 동안 잘한 기억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월즈 지역 대표 선발전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줬던 건 여전히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발전에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DRX는 선발전에서 홍창현과 이주한, 두 명의 정글러를 번갈아 기용했고, KT 롤스터와 리브 샌드박스를 연이어 잡아내 4시드 자격을 따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중꺾마’ 스토리의 시작이었다. 이주한은 “솔직히 선수들조차도 KT와 리브 샌박을 모두 잡고 올라가는 건 어려울 거로 생각했다. 자신감도 운도 따른 결과였다”고 말했다.

선발전은 이주한이 스스로 컨디션에 가장 자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는 “내가 경기에 나선다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특히 리브 샌박전이 스스로도 경기력이 만족스러웠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팀의 월즈 진출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전했다.

고생 끝에 진출한 월즈, DRX는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여정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이주한과 홍창현 모두 출전 기회를 잡았다. 이주한은 “결국 창현이 형이 선발로 나서긴 했으나 당시에는 둘 중 누가 나서도 스크림 성적이 좋았다”고 멕시코에서의 기억을 곱씹었다.

이주한이 월즈를 위해 갈고 닦은 챔피언은 마오카이였다. 그는 그 챔피언으로 월즈 우승 기념 스킨까지 제작했다. 이주한은 “대회 개막 전부터 패치 노트를 분석하면서 마오카이가 뜰 거라고 생각했다. 많이 연구해둔 터라 숙련도에 자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주한은 본선에서 딱 1경기, 팀이 패배한 로그전에만 출전했다. 팀도, 이주한도 아쉬운 경기를 펼쳤다. 이주한은 “솔직히 경기 후에 속상해서 자책하기도, 울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때 ‘조금 더 잘할 수는 없었을까’하는 생각을 대회 내내 많이 했다”면서도 “동시에 한 팀의 구성원으로서 창현이 형을 응원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이주한은 “설마 우리가 우승을 할까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준결승전에서 팀이 3세트를 따냈을 때 마침내 팀이 결승에 진출할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면서 “2세트도 아쉽게 졌는데, 3세트를 이기니 흐름이 우리에게로 왔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EDG보다 부족한 점이 없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주한은 2022년 DRX 멤버들과 함께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리면서 화목한 팀 분위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은 대체로 팀 분위기가 화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재밌고, 즐겁게 게임하는 마인드로 우승까지 이뤄내는 걸 보면서 싸우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승리를 불러온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사실 승부욕과 자존심이 세고, 게임에 대한 철학이 뚜렷한 프로게이머들끼리의 의견 대립은 아주 흔하다. DRX 역시 홍창현과 ‘베릴’ 조건희가 월즈 중에 심한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주한은 “팀 내에서 갈등이 심했던 건 그때뿐”이라면서 “팀 분위기가 대체로 화목했다”고 전했다.

올해 적은 출전 기회 아쉬워…스스로도 기량에 확신 없었다

영광 바로 뒤에 고난이 찾아왔다. 2023년은 전년과 상반되는 한 해였다. 이주한과 조건희를 제외하고 1군 선수단이 전부 팀을 나가면서 로스터가 크게 바뀌었다. 새로 만난 선수들은 하나로 융화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DRX는 올해 LCK 스프링 시즌을 9위, 서머 시즌을 6위로 마쳤다.

이주한은 2023년의 DRX를 곱씹으면서 “서로의 주장이 너무 강했고,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22년과 상반되는 점이 있었다. 선수들끼리 게임에 대한 생각이 달랐는데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스프링 시즌을 마친 뒤 재정비를 통해 반등해보고자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주한 개인으로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충분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는 “정글러는 스크림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스크림 경험이 중요한 포지션”이라면서 “스크림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고, 그래서 스스로도 경기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결과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LCK 제공

최근 계약 종료…팀 결정 이해하나 아쉬운 마음 커

서머 시즌이 끝났고, 전년도 챔피언 없이 열렸던 월즈도 끝났다. 스토브리그가 시작됐다. 애초 팀과 잔여 계약 기간이 남았던 이주한은 내년에도 DRX에서 활동할 예정이었다. 그는 “올해는 스스로 ‘왜 이렇게밖에 못했을까?’하고 자책을 많이 했다”면서 “팀이 처음 내년 로스터를 공개했을 때 ‘내년에는 잘해봐야겠다’고,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갑자기 큰 변화가 찾아왔다. 이달 초 DRX가 그에게 팀 사정에 변화가 생겼다며 계약 해지의 의중을 전달했다. 이주한은 고심 끝에 동의의 뜻을 전달했다. 그는 “팀의 방향성이 달라졌다고 했다. 지난 1일에 팀과 계약을 해지했고, 이후 일주일 동안 스스로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를 되돌아봤다. 평소보다 솔로 랭크를 많이 플레이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주한은 “팀의 생각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선수로서는 아쉬운 감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경쟁력 있는 리그의 팀들이 로스터 리빌딩을 마친 뒤에 이적 시장에 나왔다. 사실상 스프링 시즌에는 새 둥지를 찾기가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주한은 “높은 확률로 스프링 시즌은 휴식을 취하게 될 것 같다”면서 “그동안 경기력을 끌어올려서 여름에 나를 찾는 팀이 있다면 어디든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LCK 잔류가 1순위 목표다. DRX에서 처음으로 LCK 무대에 서 보니 팬들과 가까이서 호흡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이주한은 또 “(구직이)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 프로게이머 생활이 끝난 게 아니다.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면서 “이미 일어난 일인데 필요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해봤자 아니겠나. LCK의 주전 선수로 활약하겠다는 목표를 꼭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주한은 “LCK에, DRX에 몸담으면서 팬들의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는 사람을 좋아해 주시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팀이 어려울 때도 응원을 보내주시니까 더 힘을 내게 된다”면서 “올해는 특히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많이 느꼈다”고 첨언했다.

아울러 이주한은 그에게 월즈 우승의 경험을 안겨준 DRX에도 각별히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DRX에서 월즈 우승까지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나에게 LCK 데뷔 경험을 안겨준 팀이어서 각별한 애정이 있다. 남고 싶은 마음도 컸다”면서 “DRX의 이주한으로 사랑받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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