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북대, 금오공대 통합논의 전면 백지화 결정

‘일방적 통합’ 학생사회 거센 반발에
경북대-금오공대 통합 논의 무산
경북대 측 “구체적 논의 오가지 않아”

7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본관 앞에 경북대와 금오공대 통합을 반대하는 경북대생들의 학과 점퍼가 쌓여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대가 금오공대와의 통합 계획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학 측이 학생사회 의견수렴 없이 통합을 검토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확산하자 학생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10일 경북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금오공대와의) 통합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생 입장을 대변하는 총학생회 측도 이를 인지하고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에 따라 대규모 항의 시위도 일단 멈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북대 총학생회 측은 오는 11일 예정됐던 학생총궐기와 기자회견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총학생회 측은 1000명 정도가 총궐기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과거 통합 시도 사례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통합 논의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11일 총궐기에서 일련의 과정들에 대한 비판점과 학생들이 학교 측에 전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북대가 통합 계획을 포기하게 된 주요 원인은 생각보다 거센 자교 학생들의 반발 때문으로 보인다. 금오공대 학생들은 통합에 크게 반대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북대 학생들은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 통합에 반대한다’며 학교를 상대로 대규모 시위를 벌여왔다.

최근 며칠간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항의의 의미로 학과 점퍼를 벗어 대학 본관 건물 앞에 쌓아놨다. 근조화환과 재학증명서를 보낸 학생도 있었다.

이들이 통합을 반대한 주된 이유는 금오공대와의 통합이 학생사회 동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주영 경북대신문 편집국장은 “통합 자체에 대한 가치판단을 제쳐놓더라도 긴밀한 소통 없이 이런 논의가 이뤄졌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표면적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두 대학 간의 ‘입결(입시성적) 차이’도 통합 이슈에 있어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다. 경북대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최고 수준의 명문대학으로 꼽힌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주요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강세였다. 경북대 학생들 입장에서는 통합이 실현될 경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여지가 있다.

이 같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두 대학 사이의 ‘통합설’이 나온 것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육지책이 절실했던 탓으로 보인다.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비수도권 대학에서는 정원을 채우기는커녕 지원자를 단 한 명도 받지 못하는 학과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방대학들 사이에서는 통합이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는 말마저 나온다.

교육부 ‘글로컬대학’ 사업도 통합의 주요 원동력이다. 이 사업은 지방 대학의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가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대학 간 통합이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되는 데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이 사업을 준비하는 대학들은 사실상 통합을 전제조건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글로컬대학 명단을 보면, 선정된 국·공립대 7곳 중 4곳이 통합 계획을 밝혔다.

다만 경북대 측은 애초에 금오공대와의 통합과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공립대 간 통합 필요성을 논의한 것이 ‘당장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식으로 와전됐다는 것이다.

경북대 관계자는 “최근 39개 국·공립대 총장들이 모여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정례 회의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대학 간 통합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왔다”며 “홍원화 총장도 인구 감소 속도를 고려하면 그럴 필요성이 있겠다고 말한 것이 지금 사태의 발단이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원칙론을 얘기했을 뿐인데 어떤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는 것처럼 오해를 샀다”며 “학생들 모르게 통합을 추진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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