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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유튜버의 467개 서울 사랑법 ‘웰컴 투 마이 동!’

네덜란드 유튜버 ‘IGOBART’ 인터뷰
서울 내 법정동 467곳 모두 탐방

바트 반 그늑튼 제공

“내가 서울에 태어나 66년째 살고 있는데, 이런 동네가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서울 곳곳을 다니며 어색한 한국어로 주민과 소통하는 외국인 유튜버가 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도 생소한 이름의 467개 동을 모두 탐방하며 영상에 담는 이 외국인의 프로젝트 이름은 ‘웰컴 투 마이 동(Welcome to my DONG)’. 네덜란드 유튜버 바트 반 그늑튼(31)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트가 보여주는 서울은 저마다의 이야깃거리로 알록달록하다. 그의 시선에 모든 동네가 각자만의 숨겨진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따뜻한 주민들로 채워져 있다. 지난 1일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바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동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동네에 호기심과 애정을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어항 속 물고기는 어항을 볼 수 없어요”

지난 1일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유튜브 'IGOBART'를 운영중인 바트 반 그늑튼씨를 만났다. 유희원 인턴기자

바트가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일까. “아내와 남가좌동을 산책하던 중, 우연히 집 근처에 홍등가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죠. 집 근처에 이런 거리가 있다는 충격과 함께 ‘왜 아무도 서울의 이런 부분에 대해 다루지 않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동에 대해 고찰하기 시작했던 계기입니다”

그는 여러 컨텐츠에서 다뤄지는 서울을 ‘빙산의 일각’으로 비유했다. “랜드마크와 핫플레이스를 소개하는 것이 틀린 방식은 아니지만, 제가 서울을 구석구석 탐방하며 깨달은 점은 서울의 모든 동은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이야기를 지녔다는 것이었죠.”

바트는 프로젝트에서 서울의 여러 단면을 보여주길 원한다. “저는 특정한 것을 한국 문화라고 정의하거나 판단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단지 자유롭게 걸으며 이곳의 아름다움을 느끼려 할 뿐이죠. 빠른 발전을 겪었던 한국인들은 외부인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만을 심어주려 노력해요. 하지만 외부인들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찾아내고 경험하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트는 종로에서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제가 종로편을 찍고 있을 때였어요. 흔히들 종로하면 익선동, 낙원동과 같이 관광객이 붐비는 장소를 떠올리는데 오히려 제겐 그런 곳들이 지루했었어요. 우연히 찾아간 돈의동에서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사는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모여진 곳을 알아가게 됐고 너무나 흥미로웠죠. 사람들에게 알려진 장소보다 숨어있는 역사, 그곳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제겐 더 재밌습니다.”

이런 기획이 가능했던 이유는 결국 바트 스스로가 ‘외부자’였기 때문이다. “제가 좋아하는 문구는 ‘어항 속 물고기는 자신이 담긴 어항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저는 외부자로서 한국의 내부자들이 놓치는 있던 것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저 서울의 전체를 제가 바라본 그대로 보여주려 합니다.”

“나에게 동네 주민은 한 권의 역사책”

IGOBART 유튜브 갈무리

바트는 영상 속에서 대부분 주민과 소통하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그는 동네의 역사와 이야기만큼 ‘사람’을 중요시했다. “제가 동네에 이끌리는 이유는 동네만의 특별한 이야기지만, 결국 동네에서 받는 감정과 그곳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그는 이태원에서 만났던 한 할머니를 떠올렸다. “이태원편을 촬영하며 84살의 할머니가 1975년부터 운영했던 바를 방문했었어요. 할머니와 이야기하며 느낀 것이 있어요.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태원의 역사는 인터넷에 있는 자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대화 이후에는 나중에 할머니만을 다루는 영상을 만들어 보고싶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바트에게 주민과의 소통은 동네의 숨겨진 역사를 듣는 중요한 창구다. “저에게 있어 주민들은 ‘역사책’이라 생각해요. 생성과 소멸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서울에서 ‘역사’는 물리적인 공간에 남아있기 어렵습니다. 보존의 역할을 역사책인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죠. 특히 노인분들과 이야기할 때는 생각지도 못한 동네의 정보들을 듣곤 해요.”

“호기심 갖고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지난 1일 서울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유튜브 'IGOBART'를 운영중인 바트 반 그늑튼씨를 만났다. 유희원 인턴기자

바트는 동네를 사랑하는 방법이 멀리 있지 않다 말한다. “요즘 사람들은 핸드폰만 보며 길을 걷고, 자신만의 세상에 심취해있어 주변을 둘러보며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 동네는 보잘 것 없고 지루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꽤 있어요. 동네에 늘 호기심을 갖고 사람들과 대화해보세요. 그 어떤 곳도 지루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스토리텔러’로서 주변을 늘 궁금해하기에 아름다움을 찾고 배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사는 동네가 왜 그런 이름을 갖는지 모를거에요. 저는 제가 사는 성산동이 왜 성산동인지 궁금해 찾기도 했죠. ‘이 건물은 왜 여기있지?’ ‘이건 얼마나 오래됐지?’하며 걸어다니는 것이 기획자로서의 제 일입니다.”

바트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표현했다. “큰 랜드마크와 박물관에 전시된 값비싼 물건만이 역사를 표현하는 길은 아닙니다. 을지로엔 철공소들이 많습니다. 참 아름답운 풍경이었어요. 과거 철공소 주위 술집과 음식점엔 그곳만의 이야기와 분위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왔지만, 이젠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며 잘 오지 않는다고 해요. 사소한 역사의 흔적들을 지켜내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바트 반 그늑튼 제공

바트는 현재 467개의 법정동 중 61개의 동을 탐방했다. 그는 책을 쓰고 싶다고 한다. “지난해 9월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를 마치는데 아마 5~6년은 더 걸릴 것 같아요. 그 사이에 저는 책을 쓰고 싶습니다. 제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촬영하며 느낀 것들을 알리고 싶어요. 일종의 가이드북 같은 셈이죠. 내년 1월부터 쓸 예정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바트에게 ‘동네’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묻자, 그는 웃으며 “저는 그저 서울을 배우고 느끼는 사람이지, 정의하는 사람이 될 수 없어요”라고 했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임소윤 인턴기자
유희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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