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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렌트’의 김호영 “21년 연기한 엔젤과 작별…다음엔 연출로 돌아올게요”

2002년 ‘렌트’의 엔젤 역으로 데뷔… 이번이 5번째 시즌 참여

배우 김호영은 뮤지컬 ‘렌트’에서 21년간 연기해온 엔젤 역을 떠난다. 2002년 엔젤 역으로 데뷔한 김호영은 “다음에는 협력 연출로 ‘렌트’에 돌아오고 싶다”고 밝혔다. 신시컴퍼니 "다음에는 연이번에 ‘렌트’로 고

“뮤지컬 ‘렌트’의 엔젤은 사랑스러움과 풋풋함 그리고 젊은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역할입니다. 제가 계속하면 엔젤이 너무 ‘노련미’로 갈 것 같아요.”

배우 김호영(40)이 뮤지컬 ‘렌트’에서 21년간 연기해온 엔젤 역을 떠난다. 2002년 ‘렌트’로 뮤지컬에 데뷔한 김호영은 2004년, 2007년, 2020년에 이어 이번 시즌(~2월 25일까지 코엑스 아티움)까지만 연기한다. 전체 9번의 시즌 가운데 절반이 넘는 5번의 시즌을 출연했다.

최근 언론과 만난 그는 “피부 나이나 관절 건강으로 보면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21살 첫 데뷔 이후 300번 넘게 엔젤로 무대에 올랐다. 새로운 프로덕션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자꾸 예전 기억을 소환하는 걸 보면서 좋은 방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차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엔젤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들이 많아진 만큼 물러나는 것도 좋은 선배의 덕목이 아닐까 한다”면서 “제작사인 신시컴퍼니는 모르는 나만의 ‘큰 꿈’이 있는데, 앞으로 ‘렌트’의 한국 협력 연출로 복귀하고 싶다. 브로드웨이에서 ‘렌트’를 연출했으며 2020년 한국 공연에서도 연출을 맡았던 앤디 세뇨르 주니어가 과거에 엔젤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앤디를 보면서 나도 액팅 코치나 협력 연출가 등 스태프로서 ‘렌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김호영이 2002년 ‘렌트’의 엔젤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할 때의 모습. 신시컴퍼니

국내에서 9번째 시즌인 뮤지컬 ‘렌트’는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서 1996년 초연됐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를 배경으로 마약 중독과 에이즈의 공포 앞에서도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을 그렸다. 이 가운데 엔젤은 드래그퀸(여장남자)으로 대학의 시간강사 콜린과 사랑에 빠지지만, 에이즈로 죽는다. 하지만 극 중에서 가장 발랄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인물로, 가난한 예술가 친구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역대 엔젤들 가운데 관객들에게 “엔젤 그 자체”라는 평을 받는 김호영의 비결은 무엇일까. 무대 안팎에서 사람들이 가진 마음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편안함’이야말로 김호영의 무기다. 김호영은 “‘렌트’는 연습할 때부터 사람들 사이에 끈끈함이 있어야 한다”며 “누군가가 분위기를 주도해야 배우들끼리 끈끈함이 생기는데, 내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호영도 데뷔 시절엔 ‘렌트’의 드라마를 따라가기 급급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린과의 호흡은 그때부터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이다. 그는 “처음 엔젤 역을 맡았을 때 당시 데뷔했던 나와 미미 역의 정선아 씨를 제외하면 대부분 ‘렌트’ 출연 경험이 있는 선배들이었다. 그래서 작품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이 강했다“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엔젤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콜린과의 관계다. 콜린과 호흡이 잘 맞아야 엔젤도 빛나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여러 명의 콜린을 만나서 호흡을 맞췄는데, 무대 외에 실생활에서도 콜린을 챙기려고 노력했다”면서 “2020년도 공연부터 콜린이 나보다 나이가 적은 후배가 출연하고 있다. 형 입장이다보니 다른 후배들이 질투할 정도로 더 챙겼던 것 같다”고 웃었다.

김호영이 엔젤 연기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올해 ‘렌트’ 공연 장면. 신시컴퍼니

뮤지컬 ‘렌트’가 김호영에게 특별한 것은 자신의 삶의 철학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극 중 자주 언급되는 ‘오직 오늘뿐’이란 대사처럼 그는 자신답게 살기 위해 노력해왔다.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 스펙트럼은 넓히고 싶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물론 홈쇼핑에서 ‘완판남’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의 본질은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엔 남자 배우들이 선호하는 주인공을 연기하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잘할 수 있으면서도 임팩트 있는 조연을 맡으면 걱정되기도 했다. 실제로 개성적인 역할을 종종 연기했던 것이 배우로서 내 위치를 애매하게 만든 부분도 있다”면서 “앞으로 잘하는 것과 해야 할 것 중 선택할 일이 많을 듯하다. 다만 앞으로는 배우로서 에너지가 많다는 평가 외에 차분하게 에너지를 다룬다는 평가도 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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