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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을 바엔 안 팔아요” 아파트 분양가 계속 오른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가격이 지난 1년간 가파르게 올라온 탓에 수요층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지만 가격 상승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평가된다. 분양가가 결정되는 공급 측면에서 내릴 요인은 안 보이고 상승 압력만 여전히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하지만 오르는 분양가만 보고 성급하게 청약시장에 뛰어들지 말고 반드시 가격 적정성을 따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집값 빠져도 분양가는 올랐다
본보가 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유 데이터를 활용해 2019년 1월부터 최근까지 지난 5년간 월별 민간분양 아파트 공급가격을 추적한 결과 전국 모든 지역 분양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다. 거래 절벽이 이어지며 매매가격이 크게 꺾인 지난해에도 분양가는 지역별로 일시적 등락이 있었을 뿐 계속 올랐다.

올해 10월 말 기준 직전 12개월 평균 서울의 3.3㎡당 분양가는 3218만600원으로 4년10개월 전인 2019년 1월 2509만8600원 대비 27.2%(708만2000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2개월치 분양가 평균을 보는 이유는 그 달에 분양이 없거나 유난히 비싸거나 싼 단지가 분양하면 추세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서 확인 가능한 2019년 2월부터 올해 12월 현재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 아파트는 모집공고일 기준 모두 144개 단지다. 이들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용면적 84㎡ 기준 평균 분양가는 2019년 10억519만원(30개 단지 평균)에서 올해 12억2972만원(2개 단지)으로 22.3%(2억2453만원) 상승했다. 전용 59㎡는 32개 단지 7억2630만원에서 8억7309만원(22개 단지)으로 20.2%(1억4679만원) 올랐다.

5년간 상승폭치고는 많이 오르지 않은 듯 보이지만 2019년에는 ‘르엘 신반포 센트럴’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서초그랑자이’ ‘디에이치 포레센트’ ‘방배그랑자이’ 등 강남3구 아파트가 13곳으로 그해 전체 분양물량(51곳)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올해는 강남권 분양이 지난달 공급한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밖에 없었는데도 평균 분양가가 종전보다 1억~2억원씩 비싸졌다는 점에서 서울 전 지역 분양가가 상향평준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방은 더 올랐다
‘서울이 가장 많이 올랐다’는 통념과 달리 분양가는 지방으로 갈수록 더 크게 뛰었다. 같은 기간 경기와 인천의 3.3㎡당 분양가는 각각 39.0%(1406만800원→1954만9100원), 42.7%(1183만1300원→1688만7300원) 올랐고 5대 지방 광역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와 세종은 45.3%(1195만9800원→1737만7400원) 상승했다. 기타 지방의 상승률은 63.3%(865만9900원→1413만8700원)로 더 가팔랐다.


지난 5년의 추세로 볼 때 ‘분양가는 지금이 가장 싸다’는 말은 대체로 사실이다. 지역에 따라 분양가가 내려간 적도 있지만 대부분 어느 정도에서 바닥을 만들고 다시 반등해 결국 신고가를 기록했다. 의외로 서울은 현재 평균 분양가가 아직 종전 최고가를 넘기지 못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착시 요인과 시사점이 있다.

서울은 전국 여러 지역 중에서도 분양가 흐름이 가장 극적으로 출렁인 곳이다. 서울은 2019년 초부터 2021년 초까지 완만한 오름세를 이어가다 그해 하반기 급등했다. 직전 12개월 평균으로 2021년 4월 2815만6100원이던 3.3㎡당 분양가가 8개월 만인 12월 3296만7800원으로 17.1% 뛰었다. 올해 10월 말 현재 3218만600원보다도 높다. 이 시기 같은 수도권인 경기는 1437만6300원에서 1472만3700원으로 2.4%밖에 오르지 않았다. 인천은 1556만2500원에서 1503만1000원으로 되레 하락했다. 다른 지역도 소폭 상승에 그쳤다.

서울의 나 홀로 고공행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바로 다음해 초부터 크게 꺾이며 그해 8월 2732만1000원까지 17.1% 하락했다. 서울에서 직전 12개월 평균 3.3㎡당 분양가가 2700만원대로 내려앉은 건 2020년 11월(2719만3700원) 이후 21개월 만이었다. 13개월 동안 오른 가격을 고스란히 반납하는 데는 더 짧은 8개월이 걸렸다.

내년에도 서울 ‘평균 분양가’ 급등할 듯
2021년 하반기 서울 평균 분양가가 급등한 건 앞서 고가 아파트 분양이 이어진 상황에서 2021년 분양물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모집공고일 기준 연간 공급 단지 수는 2020년 31개에서 2021년 13개로 줄었는데 그해 6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가 시장에 나오면서 평균 분양가가 크게 뛰었다. 이 아파트는 전용 59㎡가 최고 14억2500만원, 74㎡는 17억6000만원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한 서울 분양가는 올해 더욱 탄력을 받으며 2021년 12월 가격에 거의 근접했다. 2.4%(78만7200원) 차로 지금 추세라면 올해 연말을 전후로 고점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강남권 분양이 없는 올해 서울 평균 분양가가 종전 고점에 도달했다는 건 상대적으로 중저가였던 지역까지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한 예로 지난 10월 동대문구 이문동에 분양한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59㎡가 10억원, 84㎡는 14억4000만원까지 매겨졌다. 현재 서울 동북권 랜드마크로 꼽히는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과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의 2019년 분양 당시 84㎡ 최고가가 10억8000만원대였다.

내년에는 분양이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초구 ‘신반포 메이플자이’(3307가구) ‘아크로 리츠카운티’(707가구) ‘래미안 원페를라’(1097가구), 강남구 ‘청담 르엘’(1261가구), 송파구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2678가구) 등 강남권 공급이 대거 몰려 있다. 2021년 하반기처럼 서울 평균 분양가가 급등하리라고 예고된 셈이다.

늘어만 가는 공사비
강남권 단지가 아니더라도 자재비와 인건비 등 공사비를 중심으로 분양가 상승 압력은 계속 커지는 분위기다. A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벽에 페인트만 발라져 있어도 살았지만 지금은 좋은 자재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그러면 자재비가 올라가는데 유통 단계에서도 운행 시간제한 등으로 비용이 늘고 있어서 고정 비용이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 인력난은 인건비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그는 “요즘은 입주 45일 전인 사전점검 때가 돼서도 10가구 중 2, 3가구는 문짝도 못 다는 상황”이라며 “외부에는 ‘아직 준공된 게 아니라 절차상 사전점검에 해당한다’고 핑계는 대지만 예전에 비하면 준공이 정말 많이 늦어졌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작업자 부족”이라고 전했다. 한 대형 건설사는 강남의 한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작업자를 구하기 위해 임금을 150%, 180%씩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입국 쿼터를 풀기로 했지만 현장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 현실화 단계가 아닌 데다 현장 투입을 위해서는 기술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조합은 더 올리고 싶어 한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높아진 눈높이도 분양가를 낮추기 어려운 주요 배경 중 하나다.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높일수록 조합원 분담금(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되도록 높은 가격에 내놓기를 원한다. 또 이제는 공사를 시공사에 단순히 맡기기보다 자재나 설계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데 이들 요구 사항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공사 기간이 늘어 사업비 증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B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조합은 예전보다 타이트(빡빡)해져서 자재나 설계 등에 관여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그러다 보니 사업 진행이 예상보다 더뎌지고 분양도 밀릴 수 있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면 어쨌든 사업비가 더 들어가는 거라 같은 지역에 공급하는 단지라도 분양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C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를 책정할 땐 기본적으로 토지비와 건설비(공사비)를 반영하고 주변 시세와 조합 수익성 등을 고려하는데 현재로서는 어느 쪽에서도 뚜렷한 분양가 하락(인하)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다소 낮아진 시세가 하방 요인이 될 수 있는데 그게 또 그렇게 떨어져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상품 시장성을 생각하는 조합은 스스로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낮춰 내놓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가격 낮출 바엔 미루는 분양
미분양이 속출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나빠진다면 분양가가 낮아질 수 있겠지만 이때는 무리하게 내놓기보다 분양을 미룰 공산이 크다. 서울 시내 주요 단지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장 분위기를 살피며 물량을 넘겨왔다. 올해 분양 후보군에 올랐던 강남권 재정비 단지들이 모두 내년으로 넘어간 것도 ‘타이밍’을 잰 결과다.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가 내려간다는 건 정말 최악의 상황에서일 텐데 그런 경우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건설사가 분양가를 조정하자고 설득할 수는 있겠지만 조합은 그 시기에 아예 분양을 안 하려 할 것”이라며 “특히 강남권 사업지는 버틸 수 있는 여력이 크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개발 사업이 이뤄지려면 수익성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분양가 상승은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며 “다만 주택 거래가 없는 상황이고 내년에 불황이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들은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가 적절한지를 먼저 따져야지 무작정 청약을 넣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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