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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낮에만 잡나요”… 초과근무 자제령에 경찰 ‘한숨’


경찰청이 최근 예산 부족으로 초과근무 자제 지침을 내리면서 일선 경찰관 사이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구대와 파출소에는 초과근무 수당을 100% 지급하는 반면 일선서 수사 경찰의 초과근무에 대해서는 서장 판단에 따라 지급한다는 오해까지 번지면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경찰청은 차등을 두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일선 경찰과의 소통 부족 때문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경찰 내부전산망 폴넷에는 5일 “강력사건이 줄었다면서 인원을 줄이더니, 사건이 많아서 외근 많이 하면 초과근무가 과다하다고 한다. 어쩌란 것인지 모르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전날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정례간담회에서 “지구대‧파출소, 현업 부서 직원들의 기본적인 초과 근무 수당은 100% 지급한다”며 “불가피하게 기본 초과 근무 이상의 근무가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과장이나 서장이 판단해 지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6일 경찰청은 연말까지 초과근무 신청과 자원근무를 제한하는 내용의 ‘경찰청 근무혁신 강화 계획’을 전국 시·도경찰청과 부속기관에 전달했다. 수당으로 줄 예산이 떨어졌으니 초과근무를 자제하라는 뜻이었다.

경찰들은 수사부서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불만을 내비쳤다. 서울 소재 일선서 한 수사 경찰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초과근무 수당에 한계를 뒀다. 한계치 초과분에 대해서 휴가 등 연차로 대체할 수 있게 진행하고 있는데, 수사 인력 부족으로 연가를 가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소재 경찰서의 경찰 A씨도 현재 30시간 초과근무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윗선 지침이 있다 보니 초과근무를 추가 신청하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초과근무 확인서 결재도 까다로워졌다. A씨는 “수사하다 보면 이동이 필수지만, 이동시간도 근무시간에서 제외하라고 한다. 경무계와 여러 번 싸웠지만 이제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수사 경찰에만 차등을 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형사과 같은 경우 기본적인 초과근무가 80~90시간 정도 되고, 지구대·파출소는 40시간 이상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100%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 이상의 근무시간에 대해서는 기존처럼 100%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내년에는 초과근무 예산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만큼 올해와 같은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정부안에 포함된 2024년 경찰 초과근무수당 예산은 1조3979억원으로 올해 1조3136억원보다 843억원 늘었다.

전문가들은 예산을 산정할 때 치안 기조 변화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 52시간 근무하는 경찰은 거의 없다. 치안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찰 초과근무 예상치를 뽑은 뒤 그에 맞는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현 백재연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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