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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광, 진짜 악인이군요!”… MZ 열광시킨 ‘서울의 봄’

영화 '서울의 봄'의 한 장면. 장태완 장군을 모티브로 한 극중 수령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의 모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1979년 벌어진 12·12 군사반란 당일의 9시간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12일 만에 관객 465만명을 모으며 흥행하고 있다. 영화의 성공은 당시 역사를 어렴풋이 아는 2030세대에게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게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흥행 추이만큼 사회적 관심과 파장도 커지는 분위기다.

4일 CGV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관객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가 30.0%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25.9%, 40대가 23.3%로 그 뒤를 이었다. 학교에서 책으로만 간략히 배웠던 12·12 군사반란의 전모를 실제와 비슷하게 다룬 영화란 점에서 2030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봄’을 관람한 김영태(34)씨는 “결말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이후에 벌어진 사건들이나 지금의 현실 등과 비교하면서 분노를 동력 삼아 보게 되더라”며 “내가 생각보다 이 사건에 대해 세세히 알고 있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고 그걸 실감하면서 보는 ‘불편한 즐거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성수 감독은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역사적 사실과 그 이면의 역사에도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이걸 재밌게 봐야 했다. 안 그러면 누가 이면의 역사에 관심을 갖겠는가. 그래서 등장인물의 이름도 바꾸고, 이야기도 자유롭게 썼다”며 “그러면서도 (역사적) 큰 줄기는 해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는 김 감독의 바람대로 맞아들어가고 있다. 영화를 재밌게 본 관객들이 극중 인물의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이 누구인지, 그 인물들이 12·12 군사반란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찾아보게 된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극중 전두광(황정민)이 이태신(정우성)과 대립하는 장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전두광(황정민)은 전두환을, 전두광의 오랜 친구이자 조력자였던 9사단장 노태건(박해준)은 노태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반란군을 진압하는 데 앞장선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은 장태완 장군이 모티브다. 영화를 끌고 가는 주된 사건의 흐름은 실제 역사와 비슷하지만, 영화 막바지에 등장하며 사건의 비극성을 극대화하는 바리케이드 장면은 허구다. 실제 장태완 장군은 상황의 대세가 반란군에게로 기운 것을 확인한 뒤, 출동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 건 특전사령관 공수혁(정만식), 그의 비서실장 오진호(정해인), 헌병감 김준엽(김성균) 등 진압군들의 실화였다. 이들이 겪은 영화 속 상황은 실제와 같았다. 공수혁의 모델이 된 정병주 장군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 지시로 3공수여단에 의해 체포됐고, 이후 12·12의 진실을 밝히는 활동을 하다가 1989년 경기도 의정부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진호는 김오랑 소령을 모티브로 했는데, 영화와 같이 정 장군을 보호하기 위해 3공수여단의 공격에 저항하다 숨졌다. 김 소령의 모친은 이 사건의 충격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의 부인도 충격 탓에 실명한 뒤 1993년 실족사했다. 김준엽의 모델이 된 김진기 장군은 12·12 직후 보안사에 끌려가 고초를 겪고 그 이듬해에 강제 전역을 당했다.

영화 '서울의 봄'의 한 장면. 김오랑 소령을 모델로 만들어진 오진호(정해인)가 반란군을 향해 총을 겨누는 모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관객들의 관심이 영화에 그치지 않고 실제 한국의 근현대사로까지 번지자 정치권에서의 ‘서울의 봄’ 언급도 늘었다. 영화를 거론하며 자신들의 입장표명에 적극 활용하고 나선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영화를 언급하며 “민주주의 유린, 역사의 반란은 군인들에게만 있는 것도 과거에만 있었던 것도 아닌 것 같다”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전두환씨의 유해가 안장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경기 파주시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더 크게 터져 나왔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 학살로 대한민국 민주화의 봄을 철저히 짓밟고 국민을 학살한 전두환의 유해를 파주에 안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저는 개인적으로, 또 정치인으로서 전두환 유해 파주 안장을 결사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봄’을 보고 분노를 느낀 관객들의 ‘심박수 챌린지’부터 정치인들의 영화 언급까지 사회 전방위로 ‘서울의 봄’이 만들어낸 파문이 번지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젊은 세대는 ‘들어는 봤지만 잘 몰랐던’ 12·12란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흥미를 느끼는 듯하다”며 “(정치인들의 언급은) 아전인수라고 본다. 그래서 그리 긍정적인 상황으로 보진 않지만, 달리 얘기하면 이 작품이 성공한 작품이라는 걸 입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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