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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농장서 홀연히 사라진 부부… 징역 10년 받은 사연

유튜브 채널 'SBS 달리' 영상 캡처

지난 2011년 전국을 돌며 농장에서 일하다 홀연히 사라진 젊은 부부의 사연이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로 재조명됐다. 부부가 도망 다니듯 이곳저곳을 떠돌다 재판장에서 징역 10년을 받게 된 이유가 공개되면서 충격을 줬다.

지난 1일 방영된 ‘꼬꼬무’에서 공개된 사연에 따르면 이 부부는 2011년 3월부터 경남 밀양과 경북 포항, 전남 여수·해남 등 전국을 돌아다니다 8월 이후 행적이 끊겼다.

그해 겨울인 2011년 12월 30일 포천경찰서 강력1팀 김중기 형사는 당직 근무 중 “수상한 차량을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고 포천 여우고개로 출동했다. 깊은 골짜기 절벽 끝에 차 한 대가 떨어져 있었다. 뚫린 가드레일 사이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근처에는 백골이 다 된 시신 2구가 있었다. 차량 번호를 조회했더니 전국을 돌다 사라진 부부 중 남편 소유의 차였다.

현장 인근에는 잘린 돗자리 조각이 있었다. 돌멩이로 누른 돗자리의 뒷면에는 ‘우리는 아직 살아있는데 산정호수에 빠져 죽기로 했다. 이곳의 위치를 알리고 아이들의 시신이 잘 거두어지길 바라며 마지막 길을 떠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유튜브 채널 'SBS 달리' 영상 캡처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백골 시신을 이들 부부의 10대 딸들로 파악했다. 네 가족 모두 이미 실종 신고된 상태였다. 10개월 전인 2011년 2월 이 가족은 집을 나갔다. 아이들은 2월 14~22일 사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아이들이 사망한 2월 이후에도 부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돈을 뽑거나 병원을 들렀다. 남편의 매형에게 편지도 보냈다. ‘죽을 각오로 살아보려 했는데 현실은 무섭다. 부모 잘못 만나서 고생하는 아이들이 애처로워 같이 가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부부의 행적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종합공개수배를 내렸다. 이 수배전단지를 통해 부산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부부를 붙잡았다. 부부는 가족이 모두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털어놨다. 남편의 사업이 잘못되면서 집안이 휘청한 게 발단이었다. 남편은 일용직으로 일하고 아내는 학습지 판매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아내는 타인 명의로 학습지를 구매한 후 자신의 돈으로 이를 메우면서 실적을 늘렸다. 그동안 빚이 생겼다.

궁지에 몰린 후 부부는 두 아이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차량으로 또다시 시도했으나 부부만 살아남았다. ‘그냥 얼어 죽자’ 해서 한겨울에 여우고개를 떠나지 않고 줄곧 있었다. 하지만 계속 깨어났다고 했다. 결국 두 사람은 아이를 담요로 덮어주고 그곳을 떠났다. 나중에 병원을 들른 것도 동상 치료를 위해서였다.

2013년 9월 국민참여재판에 선 부부는 “같은 형을 달라”고 호소했다. 먼저 출소한 사람이 혼자 극단적 선택을 할지 몰라 걱정된다는 게 이유였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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