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봄] ‘청각’으로만 미로 탈출… 재미와 의미 잡은 인디 게임

‘버닝비버 2023’에 참가한 ‘플로리스 다크니스’ ‘닌자 일섬’ ‘흰피톨’ 체험기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은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1관에서 인디게임·컬처 페스티벌 ‘버닝비버 2023’을 개최한다.

인디게임 행사 ‘버닝비버’에서는 90여종의 게임이 저마다 매력으로 게이머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컴컴한 공간에서 청각만으로 탈출하는 미로 게임,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한 복고풍 감성이 물씬 풍기는 닌자 액션, 바이러스와 싸우는 백혈구의 탐험기를 담은 액션 퍼즐 게임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독특한 콘셉트가 특히 눈에 띄었다.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은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1관에서 인디게임·컬처 페스티벌 ‘버닝비버 2023’을 진행한다. 버닝비버는 인디게임 창작자와 종사자, 대중이 함께 즐기는 오프라인 전시 행사다. 국내 인디 게임 개발 문화의 저변 확대, 지원을 취지로 마련했다. 관람객은 인디게임 체험 부스, 기획 전시, 굿즈 스토어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

‘플로리스 다크니스’의 초기 화면.

가장 먼저 발길이 멈춘 부스는 올드아이스(OLDICE)의 ‘플로리스 다크니스’였다. 이 게임은 시각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게이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오직 소리로만 정보를 얻어 미로를 탈출해야 한다. 각종 위협이 도사리는 공간에서 오로지 귀로 경험하고 판단해야 한다.

초기 화면에서 ‘헤드폰을 쓰고 소리에 집중해 주십시오. 눈을 감거나 가리는 것을 권장합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안내대로 헤드셋을 쓰고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청각 감각을 극대화해야 한다.

플레이 방법은 단순하다. 미로 속 길이나 벽, 위험 요소 등을 소리로 탐지해 방향키로 이동하면 된다. 스페이스를 짧게 누르면 레이더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칸의 개수와 장애물이나 몬스터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소리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게이머는 각자 갖고 있는 송신기를 길을 표시하는 마크로 사용할 수 있다.

'플로리스 다크니스'는 한해 게임 업계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친 게임으로 ‘대한민국 게임대상 2023’에서 ‘굿게임상’을 수상했다.

일반 이용자를 위한 기능도 있다. 시각화 모드를 켜면 레이더로 길과 벽을 나타낸 문양이 화면에 일시적으로 등장한다. 미니맵을 켜면 내가 이동한 길을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난도는 꽤나 높았다. 시각을 완전히 배제한 채 오로지 청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첫 단계부터 길을 잃고 헤맸다. 하지만 점차 적응하다 보니 리듬 게임처럼 조금씩 흐름을 탈 수 있었다.

또한 낯선 공간에서 시각장애인들이 느끼는 고통을 잠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장벽 없이 시각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게이머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신선했다. 이러한 개발 의도를 인정하듯 플로리스 다크니스는 한해 게임 업계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친 게임으로 ‘대한민국 게임대상 2023’에서 ‘굿게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플로리스 다크니스를 개발한 박재형 올드아이스 대표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과를 전공했다. 게임을 만들기 위해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한국에서 특히 장애인을 위한 게임이 너무 없다고 생각해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방문객이 '버닝비버 2023' 현장에서 아스테로이드제이의 하이퍼 닌자 액션 게임 ‘닌자 일섬’을 체험하고 있다.

두 번째는 아스테로이드제이의 하이퍼 닌자 액션 게임 ‘닌자 일섬’이다. 부스는 레트로 감성을 듬뿍 넣은 콘셉트로 꾸몄다. 과거 팩 게임 시절이 생각나는 ‘뚱뚱이 TV’에 100원을 넣고 플레이하는 오락실 느낌을 살렸다. 기존 PC 게임을 콘솔로도 즐길 수 있었다.

플레이어는 닌자 일섬에서 숙련된 닌자 주인공 ‘키바’를 조작한다. 이야기상으로 키바는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쫓기는 입장이다. 평소 콘솔 게임을 좋아하지만, 손이 잘 안 따라준 탓에 오래 즐기지는 못했다. 다만 잠깐이나마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닌자 일섬 부스에 꾸며진 과거 팩 게임 시절이 생각나는 ‘뚱뚱이 TV’.

닌자일섬 개발자인 장원선 아스테로이드제이 대표는 “버닝비버 외에도 ‘타이페이 게임쇼(TGS)’에도 출전했지만 아무래도 외국이다보니 참관객들과 대화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버닝비버는 우리가 인디게임의 주인공이라는 느낌이 강하고 이용자들을 가까이 만날 좋은 기회로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흰비톨' 시작 장면.

마지막으로 체험한 게임은 바이러스와 싸우는 백혈구의 탐험기를 담은 퍼즐 보드 게임인 ‘흰피톨’이다. 흰피톨은 백혈구를 한자로 표현한 단어다. 게임 개발에 흥미가 있는 대학생 6명이 꾸린 ‘베이스제로’에서 개발했다. 게임 속 손을 가진 백혈구가 여러 블록 세포를 움직이고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를 무찌르는 내용이다.

플레이 하면서 디테일에 감탄했다. 우리 몸이 백혈구를 만드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골수에서 태어난 백혈구들이 갑상샘 쪽에 있는 ‘흉선’으로 이동하면서 성숙기를 거치는데, 이러한 과정을 튜토리얼로 녹여냈다. 이후 장기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바이러스들과 맞붙는다.

방향 감각이 둔한 게이머에게는 난도가 꽤 높을 수 있다. 특히 이동할 때 양방향 콘트롤을 해야 하기에 처음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밀고 당기기(밀당)을 강조하는 '흰피톨' 인 게임 속 내용.

단계를 거듭할수록 게임은 복잡해진다. 밀고 당기면서 앞, 뒤, 위, 아래 움직임을 다양하게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메커니즘 때문인지 NPC들은 ‘밀당(밀고당기기)’를 강조하기도 한다.

맵 중간에는 이스터에그(개발자가 숨겨놓은 기능)로 고전 게임들을 오마주한 맵도 등장한다. ‘슈퍼 마리오’ ‘별의 커비’ 등의 콘셉트와 맞게 NPC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마리오 맵에서는 NPC가 “병원체를 밟아 죽인다는 아저씨를 들어본 적이 있니? 하늘색 균사체를 먹고선 작은 몸으로 여기저기 방방 뛰어다닌다고 하더라”며 말한다. 이는 버섯을 밟고 다니는 마리오를 흰피톨만의 방식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 외에도 ‘타임어택 맵’ ‘길찾기 맵’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맵 중간에 숨겨진 '슈퍼 마리오'를 오마주한 '흰피톨' 맵.

귀여운 캐릭터와 픽셀 디자인, 퍼즐 장르까지 인정받은 흰피톨은 올해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과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GIGDC)’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민기산 베이스제로 팀장은 “마음이 맞는 6명의 친구들과 함께 개발했다. 원래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게임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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