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초씩 하루 1만번 쪽잠’ 턱끈펭귄의 경이로운 수면법[영상]

턱끈펭귄 수면 패턴 연구 과학저널 게재
“몇 초만에 깊은 수면 도달”
항시 깬 것처럼 새끼 안전 살펴

하루 4초씩 1만번 이상 미세수면에 드는 턱끈펭귄이 새끼 두 마리와 함께 서있다. 이원영 박사 X(옛 트위터) 캡처(@gentoo210)

남극에 서식하는 턱끈펭귄의 수면 패턴에 대한 연구 결과가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실렸다. 번식기에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하루에 평균 4초씩 1만번 넘게 쪽잠을 자며 항시 깨어있는 것 같은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극지연구소(KOPRI) 이원영 박사와 프랑스 리옹 신경과학 연구센터 폴 앙투안 리브렐 박사팀은 1일 사이언스를 통해 턱끈펭귄이 번식기에 하루 4초씩 1만번 이상 미세수면에 드는 방식으로 매일 11시간 이상 잠을 잔다고 밝혔다.

턱끈펭귄은 얼굴을 가로지르는 검은 깃털 선이 턱끈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번식기가 되면 암수가 2주마다 교대로 알을 품는다. 둥지를 지킬 때 굶을 것에 대비해 그 전에 바다로 나가 밤낮없이 크릴새우로 배를 채운다.

이번 공동 연구는 이 박사가 번식기 펭귄들을 관찰하던 중 이들이 자주 눈을 깜빡이며 조는 장면을 종종 포착하게 되면서 2019년부터 진행됐다.

이 박사는 “둥지에서 새끼를 품다가 꾸벅꾸벅 졸거나 눈를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는 부모 펭귄을 자주 봤다”며 “그냥 ‘힘들게 산다’ 하면서 안타까워 하는 한편으론 ‘저렇게 짧게 자는 걸로 수면 욕구가 충족될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고 말했다.

남극에 위치한 턱끈펭귄 번식지. 이원영 박사 X(옛 트위터) 캡처(@gentoo210)

연구팀은 남극 킹조지섬에 있는 턱끈펭귄 번식지에서 19마리의 몸에 뇌파 측정기, 가속도계, GPS 등이 들어 있는 장치를 부착한 뒤 2주 후 14마리의 장치를 회수해 분석했다.

2주 동안 측정된 뇌파와 움직임 등을 분석한 결과 턱끈펭귄 평균 수면 지속시간은 평균 4초에 불과했다. 대신 하루 1만번 이상 잠 들어 총 수면시간은 하루 11시간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턱끈펭귄은 장시간 잠을 자지 않는 대신에 매우 짧지만 깊은 잠을 자주 자는 것으로 드러났다.

턱끈 펭귄이 미세 수면에 들었을 때 뇌파를 분석한 영상. 눈을 감았다 떴다 반복하면서 뇌 양쪽이 동시에 잠들거나 좌뇌, 우뇌 번갈아 가며 잠에 드는 걸 알 수 있다. 이원영 박사 X(옛 트위터) 캡처(@gentoo210)

이 박사는 “사람은 깊은 잠을 의미하는 ‘느린 뇌파 수면(서파수면)’에 접어드는 데 오래 걸리지만 턱끈펭귄은 단 몇초의 미세수면에서도 순식간에 서파수면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턱끈펭귄이 평균 4초 동안만 졸기 때문에 항상 깨어있는 것처럼 둥지에서 새끼의 안전을 살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미세수면이 누적돼 장기간 잠을 자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면 동물 종들이 지속적인 경계가 필요한 생태환경에 적응하는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동 연구에는 ‘갈비사자’ 사육사로 유명한 김정호(49) 청주동물원 소속 수의사도 참여했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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