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짠손’ 외국계 은행, 이번엔 다를까

외국계 은행 추가 이탈 부추길 가능성도


사회공헌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던 외국계 은행(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이 전방위적인 ‘상생금융’ 압박에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이 다음 달 공개할 약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안에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참여도 예상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17개 은행장과의 간담회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은행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얘기되고 있는 만큼 외국계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도 (상생금융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외국계 은행은 상대적으로 금융 당국의 느슨한 관리·감독을 받는 등 ‘관치 무풍’에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일단 지배구조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금융 당국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집권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했지만, 박종복 SC제일은행장과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올해 각각 4연임과 연임에 성공해 관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본사가 외국에 있어 금융 당국이 지배구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해석이 나왔다.

외국계 은행은 사회공헌에도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은행권이 사회공헌활동에 쓴 금액은 총 1조2380억원이었는데, 이중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사회공헌액은 각각 107억원, 74억원에 불과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8066억원을 사회공헌에 쓴 것과 대조적이다.

이마저도 전년 대비 규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SC제일은행은 전년(113억원)에 비해 6억원(5.3%) 줄였고, 한국씨티은행도 전년(100억원) 대비 26억원(25%) 가량 줄였다. 같은 기간 SC제일은행의 당기순이익이 1279억원에서 3913억원으로 3배 이상 뛴 것과는 대조적이다. 2021년 7960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한국씨티은행도 지난해 1460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각각 올해 3분기까지 3132억원, 25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중이다.

다만 금융 당국과 정치권의 직·간접적인 상생금융 요구가 자칫 가뜩이나 얼마 안 남은 외국계 은행의 추가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외국계 은행들은 지속적으로 ‘탈(脫) 한국’ 움직임을 보여왔다. 2012년 HSBC은행이 청산 절차를 밟은 이후 2017년에는 미국 골드만삭스, 영국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과 바클레이스, 스페인 발바오비스카야(BBVA) 등이 한국 지점 문을 닫았고 2018년에는 스위스 UBS, 2019년에는 호주 맥쿼리은행이 각각 떠났다. 한국씨티은행도 2021년 소비자금융 부문에서 손을 뗀 바 있다.

이는 배당 간섭과 각종 금융 지원 차출 등 한국 특유의 ‘관치 금융’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계 은행 입장에서 한국의 영업 환경이 안 좋아지는 것이니,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충분히 철수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